[데스크라인]SI시장 관전법

 SI산업이 심상치 않다. SI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전례 없이 급변하면서 SI기업들의 대응노력 또한 예상치 못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가는 SI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느 분야보다도 변화무쌍한 IT산업을 미리 예견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SI산업의 흐름을 진단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인 듯하다.

 SI시장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장 관심있는 이슈로는 단연 1위 사업자인 삼성SDS와 2위 사업자인 LG CNS의 제휴를 꼽을 수 있다.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1, 2위 간 협력이 갖는 상징성과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당연히 이 같은 사례를 다른 시장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절대적인 약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나머지 사업자다. 최근 이들도 삼성과 LG의 컨소시엄에 대응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최근 벌어진 범정부통합센터 수주전이 이들 메이저와 마이너 그룹의 첫 번째 격전장이 됐다. 일단 3위 사업자인 SK C&C를 중심으로 한 마이너 그룹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1, 2위 사업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항하는 마이너들의 반란이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SI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화는 수요의 재편현상이다. LG와 대우,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이합집산으로 새로운 SM수요가 하나 둘씩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이를 흡수하려는 또 다른 SI전문업체들이 이에 발맞춰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그룹이 계열사의 IT인프라 통합을 목적으로 별도의 SI전문사를 설립했으며 현대중공업계열 또한 별도의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미 전문회사가 SM을 맡고 있다. 또 LS, LG, GS 등으로 세분된 LG그룹의 SI사업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IT인프라가 핵심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별 각각의 SM전문업체 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자체 SM뿐 아니라 통신인프라를 바탕으로 외부사업까지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KT의 움직임도 변수다. SI사업이 그룹 SM수요를 밑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분되고 있는 수요는 SI시장을 재편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수익성 강화라는 SI사업자의 현안이 하반기에도 화두로 계속 남아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경쟁, 그룹전문 SI사의 등장에 따른 수요축소, 선발업체와 신규업체 간 공방전은 어떤 식으로든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반기 국내 SI사업자 대부분이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상황이 예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는 하반기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고집할지 관심거리다.

 대형업체는 물론이고 중견SI사업자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생 분위기도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도 지켜봐야 할 과제다. 수요는 줄어들고 가격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SI사업자 처지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과거와 같이 협력업체들에 고통을 분담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상생이 선언적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폄하되는 이유다. 성공적인 상생의 모범사례가 나올 것인가. 오히려 상생보다는 SI업체와 협력업체 간 힘겨루기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솔루션업체들이 SI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힘을 결집하고 있다는 사실은 SI사업자들에는 또 하나의 짐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SI사업자에는 올 하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을 하반기 사업전략의 맨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 SI사업자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