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한국EMC 정교중 전무

 스토리지업체 한국EMC 정교중 전무는 얼굴에 눈웃음이 가득하다. 한국EMC의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수장이라는 사람 얼굴 같지 않았다. 원래 컴퓨팅 영업 바닥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치열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기자가 물었다. “첫인상은 영업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요.(그 얼굴로 여기서 살아남다니요?)” 정 전무가 답했다. “그래요? 무서울 때 엄청 무섭습니다. 하하.”

 주위의 평가도 대단하다. “밀어붙일 때는 불 같습니다.” “영업 총수라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자리인데 성격도 꼼꼼하고 거의 워크홀릭 수준으로 일합니다.”

 2000년 이후 IT버블 붕괴로 급락했던 한국EMC 매출이 빠르게 회복하는 데도 정 전무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이력을 차근차근 들어보았더니 이러한 평가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84년 현대전자 소프트웨어 사업본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현대전자가 어떤 조직입니까? 일하는 직원한테 A부터 Z까지 전권을 주고 행동하게 하는 그룹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불모지였지만, 개발과 영업 전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돌파력 같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가인, 오픈테크 등 벤처기업 소프트웨어 개발부와 한국실리콘그래픽스 엔지니어로 일해왔다.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부터 외국계 기업까지 기술영업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이야기다. 98년 한국EMC 입사 1년 만에 엔지니어에서 영업맨으로 변신했을 때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정 전무도 요즘 영업에 관해 남다르게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한국EMC 영업직원들의 마인드와 영업기조를 바꾸는 일이다.

 EMC가 예전처럼 시메트릭스라는 하이엔드 기종만 파는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본사가 레가토, 다큐멘텀 등 소프트웨어 10여개를 줄줄이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품목도 많아졌다.

 “수억원에 달하는 시메트릭스를 팔던 영업들이 수백만원짜리 소프트웨어 제품을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EMC의 성장을 위해서 변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전무의 눈웃음 뒤에 비장한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갔다. 정 전무는 영업교육과 인센티브 제도 전략부터 다시 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한국EMC의 또 한 번의 도약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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