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LGT 기지국 복구훈련

지난 6월 30일 아침 7시. 경기도 하남시 외곽의 나대지.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도로변에 검은색 ‘무쏘’ 한 대가 급히 도착했다. 이내 헬멧을 쓴 청년들이 어깨에 검은 케이블을 메고 분주히 움직였다. 새벽 6시 태풍 ‘제비’가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여러 곳의 단전지역을 만들어내는 비상사태가 발생해 하남시 외곽에 위치한 LG텔레콤 상산곡 기지국에도 전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단전후 기지국내 비상배터리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정도. 4시간이 지나면 하남시 일대와 중부고속도로를 지나는 LGT 가입자들의 휴대폰이 먹통이 될 판이다. 복구반은 ‘무쏘’ 뒤칸에 실린 발전기를 돌린 뒤 기지국과 케이블을 연결해 전원을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도파관 연결 등 기지국 장비를 꼼꼼히 점검했다. 이제 기름만 꾸준히 공급된다면 기지국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없는 응급처치가 완료된 것이다.

이 상황은 물론 모의훈련 상황이다. LGT는 태풍으로 인한 재난재해가 잦은 여름철을 앞두고 이날 전국 곳곳의 기지국과 중계기 단전사고를 가정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훈련은 전날 밤 11시 태풍 ‘제비’의 접근에 따라 재난재해 비상운영 레벨3 상황이 발령되면서 시작됐다. 전국 9곳의 교환국 전원 점검과 발전기 가동준비가 실시됐다. 새벽 2시 낙뢰에 의한 전용선 장애를 가정해 중요 허브 국소의 복구 훈련이 실시됐으며 새벽 6시 기지국 단전에 따른 비상연락망 운영과 7시 현장에서의 복구 훈련까지 숨가뿐 하루밤이 지나갔다.

“기지국에 이상이 발생하면 전국망 관리센터에서 자동으로 관리자급과 기지국 운영업체에 단문메시지(SMS)가 보내집니다. 이후 2시간 이내에 전원을 완전 복구하는 것이 기준목표죠. 하지만 각 운영업체가 지역별로 기지국 비상사태를 책임지는 포스트제도를 활성화해 비상발생 20분내 복구를 완료하는 체계를 갖춰놨습니다.” 현장을 총감독하는 안희경 LGT네트워크 품질관리팀 차장의 말이다.

LGT는 기지국 위치를 감안해 그 중간 지역에 사무실을 배치하고 구역별로 담당을 두는 제도를 운영해 복구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평소 품질관리까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명절때라도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미리 담당 지역으로 돌아와 전원이 대기합니다. 지역에 재난 재해가 발생하면 복구지원을 가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기지국 운영·유지보수 업체 이엠오텔레콤 류남희 부장은 웬만한 재난재해 현장에는 다 가봤다고 한다. “분기에 한 번씩하는 상시체크 외에도 수시로 거는 비상체크가 잦아 항상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아예 태풍이다 싶으면 몸이 먼저 움직인다”며 웃었다.

복구반은 여러차례의 현장경험을 통해 서류상의 복구계획만으로 만들 수 없는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했다. 먼저 복구차량 뒤칸에 간이 발전기를 실어 고정시키고 접근이 어려운 좁은 산길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또 일단 발전기와 기지국을 연결시켜 놓고도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기름을 대는 공급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지형정찰’이 중요 요소다.

재해를 맞는 주민들의 대민봉사까지 책임지는 것도 노하우중 하나다. 웬만한 재난 재해 현장에는 다 가봤다는 류 부장은 “태풍으로 난리가 났는데 기지국 살리겠다고 집 옆에서 소란을 피우면 주민들이 좋아할리 없다”며 “발전기를 돌려 기지국은 물론 주변 민가에 전기를 공급하는 대민봉사까지 하게 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이 말하는 현장의 개선사항은 바로 전원공급 문제다. “기지국·중계기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거의 전원 공급 중단입니다. 대부분 전주가 유실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한전의 복구 우선순위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복구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전원공급이 누구나 절실하겠지만 통신시설에 대한 우선적인 조치가 마련된다면 좋겠습니다.” 상산곡 기지국의 정상가동을 확인한 복구반은 이내 주변의 중계기 복구를 위해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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