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11)스스로 조립하는 기계

 우리 몸 안쪽 깊고 깊은 곳으로 내려가 보자. 세포가 보인다. 세포 안에 수많은 리보솜(ribosome)이 있다. 세균 세포 1개마다 약 2만개 리보솜 입자가 있다고 하니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리보솜은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담긴 유전 정보에 충실하게 반응, 아미노산(amino-acid·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물질) 20종을 재료로 삼아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세포 내 작은 기관(기계시스템)인 리보솜 덕분에 “우리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리보솜이 만든 단백질은 생명을 관장하는 근본 물질로서 뼈나 근육을 만들고, 몸 안으로 들어온 병균을 찾아내 공격(항체)하기도 한다. 결국, 처음(탄생)과 끝(기능 및 소멸)이 분명하게 제시된 DNA 유전 정보에 따라 리보솜이 단백질을 만들고, 단백질끼리 결합(자기조립)해 몸 전체를 이룬다.

 과학기술자들은 리보솜 같은 완벽한 나노로봇을 꿈꾼다. 인공 리보솜을 만들어내겠다는 얘기.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알아내려는 것. 궁극적으로는 수천, 수만의 단백질끼리 스스로 결합하는 ‘자기 조립(self-assembly)’ 현상을 과학적 목적에 따라 제어하려 한다. 과학기술자들이 목표에 도달하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암세포와 균,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꿈의 의학이 구현될 것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자들은 설계·제작·이용·운전 등 기계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자연 그대로의 생체분자를 ‘추출·정제’해 나노로봇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다. 어떤 과학기술자들은 아예 분자단위에서 나노로봇을 ‘합성’하는 형태로 기계 메커니즘을 구현하려 한다.

 나노기술에 힘입어 세포를 수리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의료시스템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진다. 성급하게는 ‘무병장수’까지….

사진: 리보솜에 의한 단백질 합성 기능을 가진 조면소포체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