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컴퓨터 프로그램과 저작권

인류는 기초지식 위에 상상력과 창조력을 응용함으로써 새 역사를 만들어 간다. 지적재산이 중요한 이유도 인간의 상상력에 의한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무한한 경제력을 내포한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인류 상상력의 변화는 저작권법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 종류와 이용방법의 확대 및 다양화로 이어졌고 이는 ‘디지털화’ 또는 ‘네트워크화’의 진전에 의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혁명의 심장과 혼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프로그램)다. 컴퓨터·소프트웨어 산업은 무한한 경제적 성장력을 갖는다. 실제로 이 산업은 과거 10년간 급속히 성장했다.

 아울러 하드웨어는 제조기술의 진보와 합리화에 따라 그 성능은 현저하게 향상되고 또 소형화되면서도 비용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과 투자액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컴퓨터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에선 프로그램저작물로서만 규정하고 그 보호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라는 저작권법의 특별법 형태를 취했다.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입법형태를 취한 나라는 중국 외에는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보호법은 제정된 후 89·93·94·95·98년 등 5번의 개정에 이어 2000년 전문개정과 2001·2002년 연속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의 보호와 관련해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은 첫째, 창작자주의의 수정문제다.

 프로그램보호법도 기본적으로는 창작자주의를 취하고 있으면서 제5조에서는 업무상 작성한 프로그램의 저작자에 관해 규정한다. 물론 창작자주의는 베른협약상의 기본원칙이나, 베른협약은 저작자라는 용어에 관해 정의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은 기능적 저작물로서 실용적인 게 대부분이며 다수인이 창작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직무 저작물에 관한 제5조가 적용된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창작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이를 관철하는 게 타당한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프로그램개발위탁거래에 있어 원칙적으로는 수탁자인 개발자가 저작권을 가지나 개발이 완성된 프로그램이 제5조에 규정하는 법인저작물인 경우에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관해 당사자 간의 계약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지만 불명확한 경우에는 창작자주의를 후퇴시켜 위탁자를 권리자로 인정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셋째, 프로그램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발된 프로그램의 원활한 유통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개발을 현재와 같이 각기 독자적으로 해 2중·3중의 투자를 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국민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기존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와 개발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정보를 어느 단계까지는 공개토록 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프로그램 개발자가 가진 정보 자체가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면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 문제지만 공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함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공개의 정도와 경제적인 효과, 강제허락제도 도입 등의 문제를 기술의 발전과 이용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검토해야 한다.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프로그램의 관할부처를 어디로 할 것이냐다. 현재의 법제도는 프로그램의 뿌리는 저작권법에 두고 있으면서도 뻗어 나온 줄기는 ‘프로그램보호법’이라는 특별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미약하던 시절 외부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집을 찾아주는 것이 우리나라가 국제저작권사회에서 갖는 위상에 걸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영길 동국대 법대 교수 ilex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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