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현상을 두고 해석이 전혀 딴판인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이해관계가 다소 복잡한 통신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한 듯하다. 선발사업자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고 후발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쪽이 됐든 해석의 중심에는 항상 소비자가 있다. 또 단기적으로 보느냐, 중장기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듯하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28일 KT를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 인가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자, 해석의 극명한 차이가 또 한 번 드러났다. 정통부는 이번 조치로 과열 양상의 마케팅 경쟁이 다소 완화되고 설비 및 서비스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요금 인하가 어려워져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석의 중심에는 역시 소비자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항공사의 모습은 하나의 답을 줄 수 있는 사례일 듯싶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AA)은 10여년 전에 항공료를 대폭 인하했다. AA는 당시 인하된 요금을 후발사가 따라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존 위기에 몰린 후발사가 잇달아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인하했다. 출혈 경쟁에 따른 결과는 비참한 수준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이 2002년에, US에어가 2004년에 각각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급기야 델타항공은 지난 3월 부도위기에 처했다고 비명을 질렀다. 델타가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경우 미국 대형 항공사 중 절반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상황이 이쯤 되니 항공 서비스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객의 안전과 편의, 서비스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은 산업의 특성상 선·후발업체 간 경쟁력이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출혈 마케팅 경쟁과 약탈적 요금 설정의 결과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하면 과연 억지일까. 초고속인터넷 소매업 진출을 앞두고 있는 파워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다. 한전의 자회사인 파워콤의 망은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망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는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도매사업자인 파워콤이 소매업에 진출하면 출혈 마케팅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파워콤은 최소한 자사의 망 품질과 임차자의 것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파워콤이 도·소매 수직 결합 업체라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용후생 확대를 위해 사전 규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권진욱 하나로텔레콤 강남지사 영업2팀 과장 kweon0114@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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