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작권 문제, 불신부터 허물자

정진영

 인터넷상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내달 시작된다. 개별 권리자의 고소·고발은 이미 보편화됐지만 이번엔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네티즌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다소 방관자 입장이었던 인터넷 업계가 최근 ‘온라인서비스사업자저작권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고객인 네티즌이 무차별적으로 범법자 취급을 받지 않도록 권리자들과 협의를 거쳐 저작물 이용에 대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게 주요 목표다. 하지만 초반 행보가 쉽지 않다.

 음악권리단체와의 양해각서(MOU) 교환이 난항을 겪는 사이 저작권보호센터와 권리자들이 포털 불법음원 게시자 11명을 형사고소하며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인터넷 업계는 ‘사전 협의’에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권리자들은 협의와 고소·고발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업계에 대한 권리자들의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권리자들은 ‘인터넷 업계가 돈을 벌기 위해 네티즌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사실상 방조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막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인터넷 자유’나 ‘기술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스로 ‘저작권협의회’까지 구성하며 손을 내민 인터넷 업계를 아직은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불신은 하루아침에 쌓이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때문에 우선은 인터넷 업계가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터넷 업계의 ‘자율정화’ 의지를 보여 줘야만 비로소 권리자들과 윈윈 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권리자들도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저작권 보호 의지를 표출하는 현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되 행여 권리를 남용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특히 MP3 무단 공유를 성토하면서 디빅(DivX) 영화를 즐기거나, 영화복제를 뿌리뽑겠다면서 소프트웨어는 불법으로 이용하는 행동은 불신만 키울 뿐이다. 누구든지 저작권자나 저작권 침해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불신의 벽부터 허물자.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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