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전기가 통하는 물질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나뉜다. 그래서 도체와 부도체로 나누고 그 중간을 반도체라고 한다. 물질은 원자핵을 기준으로 주변에 전자들이 떠돌고 있다. 여기에 (+)전극을 띠는 녀석과 (-)를 띠는 녀석이 있는데 우린 이것을 ‘이온’이라고 부른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이온을 전자라고 하고 (+)이온을 정공이라고 한다.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전기 이온을 가진 녀석이 비어 있는 이온의 자리로 전달돼 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가 잘 통하는 구리전선에 전기를 보낸다고 하는 것은 구리 내부의 원자 구조에서 한 개의 전자가 이동하며 전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기(電氣)는 전자(電子)의 상위 개념이다. 한자 그대로, 전자는 전기를 이루는 자식(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학문적으로도 전기는 전자보다 한 단계 높다. 물론 전기나 전자나 모두 어려운 학문이지만 흔히 전기의 기초만 터득하면 전자 분야는 금방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전자가 전기의 부모 역할을 한다. 전자는 첨단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각광받고 있는 데 반해 전기는 아무래도 찬밥 신세다. 전기하면 기껏해야 지하철이나 빌딩 주변의 변압기가 먼저 떠오른다.
삼성 계열사 중에도 삼성전기와 삼성전자가 있는데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의 최대 고객사다. 속된 말로, 삼성전자가 삼성전기를 먹여살린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눈칫밥을 먹고 있고 실제로도 핵심 임원 가운데 상당수가 삼성전자 출신이다. 그래서 삼성전기 직원들은 삼성전자는 ‘전자(前者)’고 자신들은 ‘후자(後者)’라고 말한다.
삼성 계열사들 중에는 삼성전기처럼 삼성전자 덕분에 먹고 사는 곳이 많다. 이들 계열사는 잘나가는 삼성전자 덕분에 가끔씩 서러움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 흔히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하지만 좀더 엄밀히 말하면 ‘전자의 전성시대’다.
디지털산업부·주상돈차장@전자신문,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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