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공기관 지방이전 원칙이 사라졌다

손재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발표 결과 산업클러스터는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에 이전하는 공공기관도 과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통신 부문만 살펴보자. 정보통신 1기능군은 충북에, 2기능군은 전남에 배치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기능군과 2기능군을 어떻게 나눴는지에 대한 기준은 발표하지 않았다. 때문에 각 기능군에 포함된 산하기관을 보면 1기능군(정보통신정책연구원·소프트웨어진흥원 등)과 2기능군(전파연구소·정보보호진흥원 등)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관 간 시너지가 약해 무엇을 고려해 배치했는지 궁금하다.

 한국전산원은 대구에 배치됐다. 전산원만이 대구에 갈 이유는 없다. 한국전산원은 중앙119구조대와 함께 기타이전기관으로 분류됐다. 국가 IT인프라 구축에 큰 역할을 하는 한국전산원이 정보통신 클러스터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구의 기능으로 부여된 ‘교육·학술진흥·가스산업 관련기관’ 등과도 연관이 없다.

 과연 이전대상으로 분류된 공공 기관의 기능이나 설립목적, 업무 효율성,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계획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이전 지역이 확정되면서 보인 각 지방자치단체의 반응도 실망스럽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지방세를 올릴 수 있는 거대 공기업 유치에만 신경 쓸 뿐 지역 역량에 맞고 장기적으로 지역산업 구조 재편에 도움이 될 공공기관은 안중에도 없다. 결과를 반색하는 지자체와 반발하는 지자체의 차이는 유치한 기관의 지방세 수입과 정치적 효과뿐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시작됐으나 결과는 원칙 없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176개 공공기관을 모두 다 이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산업별·기능별·클러스터별로 큰 틀의 이전계획과 대상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이전계획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협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은 어땠을까. ‘이상한’ 정치행태가 산업의 효율성과 국가 백년대계마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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