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슈워츠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사장은 올해 39세의 젊은 경영진(COO)이다. 잘생긴 외모에 뒤로 묶은 머리(포니테일:ponytail)가 트레이드 마크다. 그래서 한국 기자들은 그를 ‘말총머리 슈워츠’라고 부른다. 기자 간담회 등에서 말꼬리처럼 뒤로 묶은 머리에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나와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신선해서 붙인 애칭이다.
슈워츠 사장은 지난해 4월 스콧 맥닐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하드웨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선의 사업 구조를 바꾸라는 특명도 함께 받았다. 전공이 소프트웨어인 그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선의 사업구조를 바꿨다. 물론 상당수의 인원 감축도 뒤따랐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최근 선의 행보가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인수합병에 적극적이다. 이달 초 스토리지테크놀로지라는 스토리지 전문업체를 41억달러에 인수했다. 선은 이를 통해 서버와 함께 기업용 하드웨어의 핵심인 스토리지 분야의 메이저 업체로 급부상하게 됐다.
이번에 슈워츠 사장은 IBM의 서버 사업 부문을 인수할 계획을 밝혀 세계 컴퓨팅 업계를 놀라게 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각) 슈워츠 사장은 한 보안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난 20년간 이뤄져온 기업 인수보다 향후 1년간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특히 우리가 원하는 곳에는 IBM의 서버 사업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IBM은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도 슈워츠 사장의 발언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있다. 상식적인 수준으로 보면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거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선의 명성이나 슈워츠 사장의 입지를 생각하면 그냥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슈워츠 사장의 계산된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 혹시 그렇게 말할 만한 정황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까지 갖게 만든다. IT 업계의 공룡, IBM의 자존심과도 같은 서버 사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블러핑(bluffing)을 한 슈워츠 사장이 다음에 던질 카드가 궁금하다.
컴퓨터산업부·이창희차장@전자신문,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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