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ER에 승부 걸어야

오늘날 인류의 당면 과제인 에너지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태양 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에너지를 지구상에서 실현하자는 국제협력연구에 유럽·일본·러시아·미국·중국·한국 등 6개국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것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다. 한국은 2003년 6월에 가입해 건설부지 선정을 위한 최종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지구상의 화석에너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데 반해 세계 에너지 수요는 급격한 증가를 보여, 머지않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임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미래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느냐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개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 수소 저장기술 개발 및 제4세대 원자로 개발 등의 투자다. 그 중에서도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에너지자원의 고갈에 대처하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핵융합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을 유지하는 원리와 같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가 결합하면 헬륨이 만들어지면서 질량 결손에 의해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많이 있으며 우리 인류가 수만년 동안 쓰고도 남을 만큼 지구상에 무한히 존재하고 이산화탄소 발생, 고준위 핵폐기물처리 등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에너지를 지구상에서 얻어내는 것은 마치 인공태양을 지구상에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미국·유럽·러시아·일본 등 선진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토카막으라 불리는 장치를 비롯한 대형 핵융합실험 설비의 건설 및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그 결과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장을 이용한 초고온 플라즈마의 안정적 유지에 대한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4개국이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핵융합 실현을 위한 최종 기술적·공학적 실증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투자비 절감 및 기술협력을 위해 공동으로 건설하기로 협의한 설비가 ITER다. 이를 위해 4개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15억달러의 공동연구비를 투입해 기초 및 공학 설계를 진행해 왔고, 2001년에는 설계를 끝마치고 장치건설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그 이후 미래 에너지 자원을 염려한 중국과 한국이 추가로 동참했다.

 한국의 ITER 참여는 지난 95년부터 추진해온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개발사업의 성과 및 연구능력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다.

 2003년부터 ITER 부지 선정을 위한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일본 북부의 로카쇼무라 및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시가 팽팽한 유치 접전을 벌인 것이다. 한국은 후발 참여국이면서도 6자 체제의 ITER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달 말이면 부지선정의 협상이 최종 마무리되어 6개국 장관급 회담에서 건설부지에 대한 공동선언문이 채택될 예정이다.

 KSTAR 프로젝트와 함께 1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갖는 한국의 핵융합 연구가 성장하여 이제 세계적인 연구팀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참여하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미래 에너지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동안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된 위상을 국제 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이에 핵융합 분야의 연구자들은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대형 국제공동연구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적으로 빛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에너지 자립을 위한 핵융합로 건설 기술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관련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ITER 국제협력연구 활동을 위한 기반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 학계 및 산업계가 ITER를 위한 국민적인 역량을 한 곳으로 결집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남궁원 namkung@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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