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IT산업은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인 동시에 중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기준으로 연간생산액은 241조원이며, 수출은 747억달러로 국내 총수출의 29%를 차지할 만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우리나라의 IT839 정책은 차세대 휴대인터넷, WCDMA, DMB 등의 인프라 구축 및 통신기술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발전시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 IT산업을 선도하는 IT강국으로 지속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를 아우르는 국가적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통신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BIT은 세계 유수기업들의 최첨단 IT기술 전시장이었다. 우리나라도 DMB를 세계 처음으로 시연하는 등 IT강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이 국가의 성장엔진으로 IT산업에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 전시회였다.
통신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여러 IT산업 분야에서 수요를 유발시켜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 제조업, 부품업, 관련 소프트웨어업, 콘텐츠업, 시공업체, 각 시스템을 원활히 연결해 주는 시스템통합(SI), 네트워크통합(NI) 기술을 비약적으로 성장·발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것은 모두 시스템적 선순환을 일으키고 결국 IT산업을 발전시켜 기술 경쟁력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통신사업자들은 경쟁 환경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조정되면서 CAPEX(Capital Expenditure)를 축소하는 등 투자에 대한 일부 기피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의 거대 사업자로서 더욱 인프라 투자 노력이 필요한 KT는 민영화 이후 민간기업 논리에 의한 이익 분배와 비용 지출 억제 등으로 재투자보다는 단기적 마케팅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KT는 CAPEX에 있어 2000년 3조5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조정되어 2004년에 1조8000억원 정도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늘려 2조2000억원 규모의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을 기준으로 매출액의 15% 내에서 CAPEX를 지출키로 하고 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배당키로 한 중장기적 사업 기조로 볼 때, 올해는 경제 및 기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KT,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업자가 단기적인 마케팅비 지출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이익을 인프라에 재투자하기보다 생존을 위한 경쟁과 주주이익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적 요구에 순응하다 보니 IT산업의 성장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조금 소홀히 하는 듯하다. 주요 통신사업자는 개발시대 고속도로와 같은 중요한 국가의 SOC인 통신망을 책임지고 있는만큼 조금 더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사고해야 한다.
이제 정부와 주요 통신사업자는 IT 성장·발전과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과감히 나설 때다. 무엇보다 투자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도별 출연금을 일부 조정해 이를 인프라 투자로 연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의무적으로 지배적 사업자와 비지배적 사업자의 매출 일부를 차별적인 비율로 투자비에 편성토록 하는 등 과감한 정책도 필요하다.
세계를 이끌어 가는 IT강국의 명맥 유지를 위해서는 결국 우리나라의 통신인프라가 더욱 확충되도록 각 통신사업자가 CAPEX를 확대해야 한다. 훌륭한 통신인프라 기반은 IT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 21세기 세계 IT시장을 이끌어 가는 한국 IT산업에 든든한 배경이 되고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이끄는 IT산업에 무한한 활동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원천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춘구 (한국전파기지국 대표) ckhahn@krt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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