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증명 여부와 상관없이 외계인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생각보다 오래 전에 시작됐다. 일부에서는 구석기 시대를 말하기도 한다. 당시 유적 가운데 외계인의 형상을 한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지가 발달하지 않았던 때인만큼 이를 외계인 그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이들은 중남미와 북아프리카·동유럽 등지의 유적 중에도 외계인이나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표현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외계인 존재에 대한 주장은 라엘리언 같은 외계인 신봉자들에게 와서 절정을 이룬다. 라엘리언들은 자신들의 교주 격인 라엘이 다른 혹성에서 온 방문자와 조우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우주인의 키가 120cm가량이었고 길고 검은 머리, 아몬드 형태의 눈, 연한 녹색 피부에 조화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며 세밀히 묘사한다. 라엘리언들은 외계인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계인이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는다.
라엘리언은 차치하고 미국인들이 외계인에 관심이 높은 것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지난 47년 외계인이 추락했다는 ‘로스웰 사건’을 비롯해 미국인들의 외계인에 대한 넘쳐나는(?) 관심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TV드라마와 영화로 표현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외계인에 대한 추억으로는 천재 감독 겸 영화배우 오손 웰스가 벌인 ‘우주전쟁’ 해프닝이 꼽힌다. 1938년 10월 30일, “임시 뉴스를 알려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가상 화성인 침입 드라마 ‘우주전쟁’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소동을 일으켰다. 당시 화성침공을 사실로 믿고 자살한 미국인만 해도 6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해프닝의 기반이 된 H G 웰스의 동명 과학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외계인에 대한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30년대 ‘우주전쟁’이 나치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었다면, 21세기 ‘우주전쟁’은 9·11테러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존재한다고 공표되지 않는 한 외계인들은 어차피 지구인들의 입맛대로 재단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세계 평화를 쥐고 흔드는 국가, 미국은 언제쯤 다시 ‘ET’처럼 외계인과 지구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어 낼까.
경제과학부·허의원 차장@전자신문,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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