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그래서 임금을 천자라고 불렀다. 지금의 대통령이다. 아무튼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뽑지만 능력 못지않게 천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대통령에 4번이나 당선된 사람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장애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번도 하기 힘든 대통령을 4번이나 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항 타개를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은 연합국을 지도했다. 장애를 딛고 그가 대통령이 된 데에는 그의 자질과 능력 못지않게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만약 장애인인 그를 미국 사회가 용납하지 못했다면 그는 대통령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산업사회였다.
우리는 지금 지식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인구는 3000만명을 돌파했다. 컴퓨터로 집안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세상이다. 행정·금융·비즈니스 등을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다. 편한 세상이다. 정보화는 장애인에게도 복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신체적 장애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하면 그렇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컴퓨터를 정상인보다 더 잘 이용할 수 있다. 정상인보다 더 보람 있는 삶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보문화의 달 6월을 맞아 다양한 정보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는 한국장애인정보화 한마당이 열렸다. 전국에서 예선을 거친 340여명이 참석해 정보검색·문서작성·엑셀·디자인·프로그래밍 등에서 기량을 겨루었다. 입상자들은 정보통신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해외연수기회도 얻었다. 이 자리에서 KT· KTF·SK텔레콤·다음 등이 입상자들에게 취업을 약속했다. 큰 선물이었다. 물론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요즘처럼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나온 통신업체들의 약속이어서 의미가 각별했다.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게 취업이라고 한다.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때문이라고 했다. 이 법은 정부의 생산적 복지이념과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99년 제정됐다.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0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지확대를 위해 마련한 법이 장애인에게는 자활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되면 정부에서 매월 일정액을 지급받고 의료 보험과 지자체 전세자금 우선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대상자가 취업을 하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귀찮게 일하기보다는 놀고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장들은 “기초생활기본법이 좋은 취지로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장애인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신체적 장애인을 이 법이 정신적 장애인으로 만든다”며 정책의 보완을 강조했다. 정책의 취지는 좋은데 현실에서 역효과를 낸다는 주장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고려할 사항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 취지가 훼손된다면 개선책 마련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타당하다면 법이나 제도를 고쳐야 한다. 장애인들에게 IT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자활의지를 심어주기 위함이다. 정부가 이런 장애인들의 요구를 혹여 언짢게 생각하며 눈을 흘길 수도 있다. 노파심이긴 하다. 이들이 잠재적 능력을 개발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취업에 대해 이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내일의 비전과 꿈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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