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9)­꿈의 소재 탄소나노튜브

 “탄소나노튜브! 열을 전달하는 능력이 다이아몬드보다 20배 정도 좋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열전도체죠. 어디 그뿐입니까. 인장력이 고강도 합금보다 20배나 좋고, 강하기로는 같은 굵기 강철의 100배 정도입니다.”

 과학기술자들이 탄소나노튜브에 홀딱 반했다. 극한에 가까운 물리적 특성 때문. 특히 화학 전공자들은 거의 종교에 가까운 믿음과 열정을 토해낸다.

 1991년 이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전기방전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를 처음 합성했다. 이후 10년여간 ‘꿈의 소재’로 각광받았다. 그 기대치는 날로 높아진다.

 탄소나노튜브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원통형 관이다. 나노 소재로서 적당한 크기인 1∼10나노(10억분의 1)미터 정도다. 1개 탄소원자와 다른 3개 탄소원자가 벌집모양(육각형)으로 결합했다. 또 원자 배열에 따라 도체·반도체·부도체 등 전기적 성질이 서로 다르다. 선택적으로 전기적 성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전기적 성질과 물리적 특성에 힘입어 차세대 컴퓨터의 바탕이 될 트랜지스터, 금속배선 등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태세다. 나노미터급 집적회로(IC)를 구성하기 위한 로직 어레이(Logic Array), 메모리 어레이(Memory Array), 칩(Chip)에 탄소나노튜브가 쓰일 것이다. 또 디스플레이, 가시광원, X선, 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 전극, 고강도 구조체 등이 탄소나노튜브를 발판으로 한두 세대 진보할 태세다.

 지난해 12월 삼성종합기술원 박완준 박사는 단일 벽(Single Wall)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에서 합성하는데 성공, 나노소재 분야에서 새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 10일에는 성균관대 이영희 교수가 ‘반도체성 탄소나노튜브 분리·추출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꿈 같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탄소 다루기가 본궤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