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떠들썩했던 다수의 대기업 특허분쟁은 망각됐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특허상담을 통해서 보면 아직 많은 국내 기업인이 특허를 탐탁히 여기지 않거나 무시하기 일쑤인 모습에 때때로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한마디로 특허가 뭐길래 호들갑이냐는 식이다.
일본에서는 경기가 냉랭했던 수년 전부터 공격적 특허 관리를 위해 수상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웠다. 특허를 획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침해 건도 조사하고 로열티도 당연히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및 미국 법원에 제소하기도 하고, 세관을 이용한 압류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특허 손해배상액 3억∼10억달러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며, CDMA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 로열티 5% 이상, 위성DMB에 대해 2%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사정을 현실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기업을 2005년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지난해 초 10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겠다고 발표한 한 대기업은 실용신안 및 특허로 출원한 모든 건의 발명자를 대표이사 성명으로 기입했다. 지난해 신문에 연일 게재되기도 하고 전면을 차지하며 그 중요성이 부각됐건만, 일본 니치아 기업의 특허에 대한 직무 발명 보상 문제-당시 그 보상금은 많게는 2000억원까지 거론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실적으로 상호 합의를 도출했다-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또 다른 대기업을 살펴 보자. 그동안 많은 반도체 관련 특허가 아직 대만에 비해 낮은 출원 건수를 보이는 와중에 특허의 질을 높이겠다며 과감하게 출원 건수를 줄인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특허의 질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훌륭하나 단순히 출원 건수를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곤란하다. 특허가 곧 자산이라는 인식의 토대가 낮고 단타 위주의 기업 경영에서 도출되는 것이 문제다. 기업 연구원의 연구 자질이나 특허마인드가 성숙한 가운데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특허권을 행사하려는 공격적 특허권이든 적극적으로 피하려는 방어적 입장이든 철저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특허 검색, 원천기술 연구개발, 특허 출원, 정보 제공, 이의 신청, 무효 심판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실천으로 기업을 재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패전 이후 국가적인 혼란과 위기의 상황에서 무차별로 공격하는 미국·유럽의 특허에 대한 반격으로 일본은 개량발명을 위주로 한 실용신안으로서 방벽발명(surrounding invention) 전략을 꾀해 배수진에서 나온 튼실한 비법으로 미국과 유럽의 변리사들을 감탄시켰다. 해당 특허가 있다고 무조건 생산을 비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다. 충분한 설득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해당기업을 인수하거나 적정한 선에서 로열티를 지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상호 합리적이 선에서 계약을 할 때에도 개량기술에 대한 제한(grant back)이나 경쟁품 취급의 제한, 원재료나 부품 등의 구입처에 대한 제한 등의 통계 순위로 불공정한 계약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한번 회오리가 지나갔다고 해도, 특히 대내외적으로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박치기해 죽기를 기다리는 요행을 바라는 것은 곤란하다.
모기업의 총수가 스키를 타고 인생의 참 맛을 발견했다고 해 한때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다. 스키는 겨울에 국한돼 일부 구간을 즐길 수 있지만 인라인스케이트는 웬 만한 곳에서는 개인 장비만 갖추면 스키에 버금가는 스릴도 즐기면서 비교적 계절과 무관하게 탈 수 있다. 특허의 첨단도구는 언덕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 잘 보이지 않으나 잠수함처럼 잠망경으로 지켜보다가 어느 날 기업의 순익 잔칫날을 제삿날을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에서는 거북선을 만들었던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특허 분쟁을 지혜롭게 다뤄야 한다. 결국 특허를 이용하지 않는 기업은 특허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장구한 계획이 아니라, 능동적인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시점이다.
◆정연용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brandtop@brandt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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