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마치 미다스의 손과 같아서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바꾸어 버리든지 아니면 적어도 그 가치를 엄청나게 높여 주곤 한다.
디지털 경제는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왔고 가치 있는 정보의 가격이 계속 하락함에 따라 ‘자원을 정보로 대체’함으로써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인터넷에 의해 e비즈니스 등 신규 서비스가 탄생했고, 경영과 경제의 기존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정치의 경우도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양방향 의사소통체계가 정립됨에 따라 모든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전자민주주의가 실제로 가능하게 됐다.
문화 역시 오랫동안 정해진 매체 속에서 안주하던 각 장르가 매체의 융합·통합으로 하나의 복합영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는 문화산업의 구조 및 시장을 새롭게 만들고 있음을 뜻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변화라면 인터넷을 통한 젊은 세대들의 정보 공유를 넘어선 ‘감성 공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감성 공유 결과 2002월드컵 때 700만 군중이 거리에서 응원을 펼쳤고, 촛불시위를 했으며, 대선 때는 새로운 개혁성향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소위 ‘정해진’ 교사·교실·나이·자격·방법 등이 모두 무의미해져 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며, 평생교육 개념에 따라 남녀노소 구분 자체가 의미 없게 됐다. 시간과 공간이 문제되지 않으니 공자가 얘기한 천하 영재를 모아서 가르치는 기쁨도 반감될 듯하다. 이렇게 세상은 IT로 인해 원하건 원치 않건 그리고 느끼건 못 느끼건 간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늦게 또는 둔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 복지 쪽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장애인의 숫자가 공식적으로 150만명이라 하지만 노인 장애나 질병 장애까지 합하면 450만명은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에게 월 10만원만 보조한다 해도 복지예산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 예산으로 복지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해결책, 즉 4500만 국민이라는 엄청난 자원을 이용하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봐도 좋을 듯싶다. 실제로 시장에서 40년간 구멍가게를 하던 아줌마들이 선뜻 몇 억원씩 학교 등에 쾌척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듯이 우리 주위에는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다만 그들이 누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모를 따름이다.
장애인이 지하철을 탈 때 어느 출구에 승강기가 있는지, 겨울철 눈 오는 밤에 어떻게 차를 타고 집에 가야 하는지, 급히 병원을 가야 하는데 어찌 해야 할지,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할 수 있는지, 과연 이들을 실시간으로 도와 줄 사람들을 찾을 방법은 없는지 막막하기만 한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가 나설 때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450만 장애인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4500만 국민을 네트워킹할 수 있는 능력을 IT가 지녔기 때문이다.
거국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온라인으로 신청받아 이들이 봉사할 수 있는 일과 시간을 그때 그때 장애인들의 필요와 연결해 주면 된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119 같은 네트워크와 대리운전 부르듯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의 모든 장애인 단체와 자원봉사자의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최적 방법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또 이를 위해 상당 기간 조사를 벌여 장애인들의 요구를 체계화해야 하고 거국적으로 자원봉사자도 모집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조 원에 해당하는 이런 엄청난 자원을 IT가 없으면 절대 활용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는 IT 분야에서 분명 세계 선도국이다. 이제 그러한 기술과 산업을 기반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아봐야 할 때다. 며칠 전 장애인 정보화 한마당에서 그들만의 IT 경진대회가 열렸다. 몇몇 기업이 그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줄 것이라 공언했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 이제 그들도 이를 향유할 차례다.
◆이상철 (고려대 정보통신대 석좌교수) leeph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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