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초고속시장 공정경쟁 확립

 박종훈 하나로텔레콤 전략부문 정책협력실장·상무

 요즘 통신업계에서는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진출을 놓고 말이 많다. 하나로텔레콤·두루넷·온세통신 등 파워콤의 M-ISP(Multi-Internet Service Provider)망을 이용중인 사업자들은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사업자 간 갈등이 첨예하다.

 그렇다면 파워콤 소매업 진출이 사업자만의 문제일까.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는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에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 이 점을 고려하기 전에 M-ISP에 대한 이해와 파워콤의 특성을 살피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M-ISP는 광케이블과 동축케이블을 조합한 망을 이용해 망이 부족한 다수의 초고속 사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망을 빌려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자들은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M-ISP를 이용하되 모든 망의 관리 및 유지보수는 파워콤이 맡는다. 일종의 도소매 협업구조다. 이 사업 모델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206만명이다. 이는 케이블모뎀 가입자의 49% 수준에 달한다.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은 소위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에 해당한다. 다수의 주인(인터넷 접속사업자)을 대신해 망의 관리, 유지보수를 전담하던 대리인(파워콤)이 소매에 나설 경우 보다 많은 정보와 권한을 가진 대리인이 보여줄 행동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포된다.

 예를 들어보자. 음식전문 신규 상가를 지은 건축주가 입주자들에게 상가를 임대해 주었다. 건축주는 건물의 관리·유지보수·주차관리 등을 직접 맡는 대신, 상가 내에 직접 음식점을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입주자들은 본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했고 다행히 장사는 잘되었다. 꼬박꼬박 상가관리 및 유지보수비용을 건축주에게 줬다.

 그러던 어느날 건축주가 상가 내에 동일한 메뉴의 음식점을 직접 열기로 했다. 입주자와 갈등이 생겼지만 건축주는 이에 상관하지 않고 추진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건축주는 입주자 음식점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사업전략을 구사하게 될까.

 우선 건축주는 빌려준 상가 블록 내 청소·온수시설·난방 등에 대한 시설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도록 한다. 반면 자기가 직접 운영하는 블록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는 모습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주차장 이용시 건축주 음식점 고객에게는 무료로 주차하도록 안내하면서 입주자 음식점을 찾는 고객에게는 주차료를 받는 것이다. 이 경우 건축주의 음식값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건축주의 이러한 행태는 시설관리 소홀 등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예상 규모보다 입주자의 고객을 유치하면서 발생하는 음식점의 매출 또는 수익이 더 커서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기존 입주자의 반발이 심하겠지만 입주자가 건축주 소유의 건물에 대해 행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

 결국 상가에 대한 관리 등을 대리인에게 맡긴 입주자는 이후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에 마땅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하고 음식점을 접을 수밖에 없다. 맛있는 음식, 깨끗한 환경, 편리한 주차를 기대하고 입주자 음식점을 방문했던 고객들은 입주자가 운영하는 식당의 시설 낙후와 불편함 때문에 발길을 돌리게 된다. 입주자 음식점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도 주변환경이 열악해 건축주 소유 음식점이나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음식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파워콤이 소매사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런 갈등 상황이 파워콤과 다수의 인터넷 접속사업자 간에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대리인이 주인 행세를 하려는 데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다. 결국 대리인의 망을 이용해 주인에게 서비스를 받고 있는 206만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이용상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 논란은 주인과 대리인의 갈등을 야기하지만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갈 개연성이 높다. 불공정 행위로 인한 고객의 불편함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기관의 세심한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chpark@han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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