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장애인 IT 보조기기 전시회 및 정보화 한마당

DMB, 와이브로, 유비쿼터스 등의 IT 신기술, 신서비스는 비장애인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정보화’는 아직 그림의 떡이다. 손과 발을 못 쓰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기 힘들며 더구나 자판의 입력은 불가능하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에 자유로운 ‘이동권’마저 보장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화는 앞선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IT기술은 장애인들에 이동권을 넘어서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장애우에 인터넷 등을 통해 상상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며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정보에 접근, 장애우 친화적인 생활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11일까지 개최) 정보통신보조기기전시회 및 전국장애인정보화한마당은 IT기술과 정보화를 기반으로 장애를 딛고 넘어서려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감동적인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리다.

‘장애인 정보화한마당 대회’는 지역예선을 거친 340여 명의 장애인이 참가, 정보검색·문서작성 등 기초 정보 활용능력과 엑셀, 파워포인트, 게임 등 전문적인 기능경진 부분으로 나눠 11일까지 계속된다. 장애인이 한데 모여 게임과 정보검색대회가 드물어서인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보통신보조기기전시회’는 여타 전시회와 다르지 않다.

외관은 화려하지 않으며 전시품목도 단출하다. 그러나 전시 내용은 옥과 같다. 핵심 제품을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교육지원팀 서희진 연구원은 “어느 한 전시도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하다. 비장애인들은 비싸고 필요없을지 모르지만 장애인들에는 상상력을 마음껏 품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귀중한 도구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중증 장애인용 특수 키보드 △화상전화 △머리의 움직임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마우스 △바코드를 인식해 인쇄 출판물 정보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시각 장애인용 기기 △시각장애인용 화면읽기 프로그램 △컴퓨터 이용시 화면의 모든 텍스트를 읽기 방법을 통해 음성으로 입출력하는 스크린 리더 △점자 키보드를 사용, 정보를 입력하고 입력된 정보를 음성과 점자 셀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특수 기기 등이 선보였다.

비장애인에게는 낯설지만 장애인에게는 소중한 보조기기임에 틀림없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입과 손목 움직임 만으로 전동휠체어를 제어할 수 있는 ‘근전도 기반의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과 뇌파로 게임 및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뇌파 기반의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을 선보였다.

ETRI의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며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왔기 때문에 중증 장애인의 경우 입의 움직임만으로, 생각만으로 정보검색을 하고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ETRI 디지털콘텐츠연구단 이만재 단장은 “IT기술은 근본적으로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장애인이 보다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이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첨단 IT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높아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장애우를 둔 가정 형편이 대체로 어럽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보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OECD 가입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복지 예산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장애인 필수품이 된 ‘전동 휠체어’가 건강보험으로 처리된 지 불과 1∼2년밖에 안됐으며 그나마 최대 50%밖에 도움이 안 된다.

경기도 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ATRAC) 남세현 팀장은 “국가가 장애 보조공학, 재활공학에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공학이 장애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만 국가의 관심이 적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들도 재활공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용률도 적다고 덧붙였다. 남 팀장은 “장애인의 재활공학 기술 이용을 늘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유도해, 기업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기술을 보급하고 개발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