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이 무엇이든 컴퓨팅 바닥은 제 놀이터입니다.”
김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무는 이력이 화려하다. 지난 85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87년 한국HP에 입사해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2002년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업체인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컴퓨팅업계의 ‘내로라’하는 기업 대부분을 거친 셈이다.
이력만큼이나 유명세도 탔다.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총괄에서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했던 업체의 수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그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글과컴퓨터는 그 해 부실을 털어내느라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김 전무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부실을 털어야만 했다”며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다음해 2월 그는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물러나더라도 회사를 살리는 길을 찾았다. 그는 현재 최대주주인 프라임산업이 한글과컴퓨터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 백종인 한글과컴퓨터 사장과는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는 그리고 한국썬에 새둥지를 틀었다. 유원식 한국썬 사장과는 한국HP 시절 같은 부에서 10년간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다. 눈빛만으로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목표는 한국썬을 국내 제1일의 컴퓨팅 기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건도 좋아졌습니다. 현재 칩과 운용체계(OS)를 모두 보유한 업체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IBM뿐입니다. 기획과 마케팅 전략만 잘 짜면 승산이 있습니다.”
그는 20년 가까이를 컴퓨팅업계에서만 있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들었다. 그에게서 컴퓨팅을 꿰뚫어보는 통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숙련된 마케팅 임원(CMO)이라기보다는 준비된 최고경영자(CEO)라는 느낌이랄까.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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