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과학기술계의 25시를 움직이는 한인 과학자들.
자그마치 2만6000여명에 달하는 이 한인 과학자들이 국경없는 사이버 커뮤니티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책임자 한선화 박사)를 통해 ‘코리아 센파워(코센의 별칭)’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들을 엮고 있는 끈이자 통로는 바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동포애다. 비록 몸은 조국을 떠나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하며 도움을 주겠다는 소중한 애국심이 과학기술 정보 사이트를 세계 최고의 과학 커뮤니티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물론 이국타향에서 고국의 소식을 접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도 된다.
◇코센을 움직이는 사람들=사이버 커뮤니티 코센(http://www.kosen21.org)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은 ‘큰언니’ 격인 한선화 박사(46·동향정보분석실장)다. 한 박사는 지난 97년부터 코센의 기획과 안정화 작업을 주도해 왔다.
한 박사를 지원하는 스태프는 모두 6명이다. 이들 가운데 업무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역할은 이른바 코센의 ‘여성 삼총사’로 불리는 3명의 연구원이 맡고 있다.
한 박사는 ‘큰언니’답게 부원들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을 넘는다. 실수할 경우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줄도 내지만 평상시엔 그저 너그러운 동네 아줌마나 친구처럼 자상한 면모를 과시한다.
코센 업무 5년차로 ‘중간 보스’ 격인 KAIST 출신의 윤정선 선임연구원(36)은 중재를 잘한다. 외국에서 올라오는 보고서 문장 등을 교정보는데 자존심 강한 회원들은 ‘자신이 세계 최고’라며 반발하기 일쑤다. 이럴 때 성격이 꼼꼼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윤 연구원의 조정 역할이 빛을 발한다.
3년차인 이주영 연구원(28)은 대외 홍보와 커뮤니티 관리를 맡아 능숙한 솜씨로 회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이지만 촌철살인의 발언으로 가끔은 부서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이주영 연구원은 “사이트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얻었다든가 필요한 연구개발 정보를 코센에서 쉽게 입수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센 커플’도 생겨=코센은 한인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네트워크 역할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휴가철만 되면 회원 간에 서로의 집을 바꿔 가며 생활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직장 알선은 물론이고 독일 처녀와 프랑스 총각 간 사이트 커플도 탄생, 조만간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해외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입국할 경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찾는 것이 이제 자연스러워졌다. 시간이 안 되는 연구원들은 서울에서 일반카페처럼 번개모임도 갖는다. 최근에는 에버랜드에서 1박 2일로 코센 회원과 회원 가족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윤정선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정보 사이트라기보다는 휴먼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회원 하나하나에 세심히 배려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분을 맺게 되고 서로 왕래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한다.
◇성공의 관건은 차별화=그러나 코센도 지난 97년 2000여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13배나 되는 2만6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기까지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참을성 없는 특성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보통 방문 사이트가 △돈이 되거나 △재미가 있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3박자 중 최소 하나는 갖춰야 한다. 3박자 다 갖추면 금상첨화다.
한 박사는 이 3박자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고급 정보만을 취급하기로 하고 마일리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급 자료를 제공하면 수당을 지급, 일부에서는 월 100만원 이상을 받는 회원도 생겨나고 있다. 또 서로 외로움을 달래는 역할까지 하니 한인 과학자에게 있어 코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이트다.
지금은 회원 가운데 석사 이상이 69%를 차지한다. 해외에는 석사보다 박사가 57%로 더 많다. 또 각국에서 핵심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30, 40대 회원이 전체의 61%다.
한 박사는 “휴먼 네트워크야말로 지식기반 사회의 꽃”이라며 “코센을 통해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는 삼성일 정도로 분석 보고서의 품질은 자신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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