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90년대 벤처강국을 회상하며

1990년대의 벤처강국, 벤처신화가 거품으로 빠지고 이제 남은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그 여파로 인해 국내 벤처기업의 이미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벤처기업들의 정열과 파워는 여전히 산업 전반 곳곳에서 커다란 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벤처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부 지원정책,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산업 등에서 벤처기업들의 든든한 부상,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에서 벤처기술들의 성공적인 실용화 적용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조만간 2차 벤처신화로까지 이어질 것을 긍정적으로 예측하게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많은 유망한 벤처기업과 우수한 벤처기술이 때론 정부정책의 비현실성과 대기업 등 관련 기술 적용 업계의 벤처기술에 대한 비합리적인 윈윈(Win-Win) 정책 등에 기인해 무수히 쓰러져 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벤처기업 기술 적용은 독립적으로 기술을 단독 상품화하는 전략과 대기업 및 중견업체들의 상품에 부분적으로 핵심기술을 적용하는 부분적 상품화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는 벤처기업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해 가기보다는 관련 대기업 등과 연계해 핵심기술을 적용하는 상호보완적 전략을 통해 기술성장 및 발전을 해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핵심기술이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로부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성공적으로 실용화 기술로 적용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기술가치에 대한 부적절한 평가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가격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작은 벤처기업들은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법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 중견업체와 벤처기업 간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및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기업윤리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책의 일환으로서 대기업·중소기업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현재의 제도를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불합리한 가격 조정을 위한 상호 제도적 보완책,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제도 강화 등이 현실적으로 시급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벤처기업인이 진정 기대하는 바는 대기업 및 중견업체 등이 유망한 벤처기업에 대해 보다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수립·추진하는 것이다.

 최근 대만을 방문해 우리 핵심기술과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를 가졌다. 대만은 중소기업 위주로 성장했기 때문인지 관련 중견업체들이 중소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가치를 존중해 주었으며 무엇보다 그들의 자세와 분위기에서 국내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국내 영업활동 과정에서 느껴 오던 그런 일방적인 분위기나 비합리적인 기술가치 평가 등과 같은 불합리성 등은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마음이 무척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등 중견기업들이 작은 벤처기업과 국민에게서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성숙한 기업 분위기가 조만간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국내에서도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기업 분위기,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에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분위기, 상호 상생하는 분위기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벤처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되는 생산적이고 성숙한 모습이 하루속히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근호 피에스엠 대표 kholee@p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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