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차이나 드림

경기도 신용보증재단 기업협의회 일원으로서 중국 랴오닝성 조선족 기업협의회와의 업무 협약식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이란 사람을 약간 들뜨게 만드는 법인데 일행들의 표정은 편치 않아 보였다. 모두 제조업 관련 중소업체 대표여서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국내 제조업의 장기 불황, 유가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히 살인적이다. 실업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승하는 임금, 중소제조업 취업 기피, 구매력 저하로 인한 경영수지 악화, 어느 하루 편할 날 없는 오너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이웃들 그리고 관계된 모든 행정조직 등을 오너들의 숙명이라고 치부한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일 것이다. 그래서 제조업을 기피하는지 모른다.

 출장중 이런 답답함을 만주벌판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사주팔자라는 운명론을 개진하며 지친 심신을 잠시 달래보기도 하였다.

 그래도 우리의 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경기도의회 투자위원회 K의원의 열정적인 중국시장 개척 의지였다. 사실 이번 방문도 그가 이뤄낸 결실이기도 하다.

 차이나는 중국 진시왕의 이니셜이라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170개국이 7개의 단위 국가로 집약되었는데 진시왕은 이를 통일하고 천하를 지배하기 위한 욕망을 불태웠다. 오늘의 차이나는 세계 시장 정복을 위한 함축된 명사일지도 모른다.

 13억 인구, 그 무서운 잠재력이 서서히 도약을 향해 용틀임을 하고 있다.

 한반도보다 43배 큰 땅, 세계 3위의 교역 규모, 외국인 투자유치 세계 1위, 2004년 기준 9.5%가 넘는 초고속 성장, 연 평균 8∼9%의 고성장을 해 온 중국은 일부 업종의 과열 발생에 따라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2008년)과 상하이 엑스포(2010년) 때까지는 지속성장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질 전망이다.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

 우리와는 지역적인 조건도 비슷하고 같은 한자권 문화여서 진출하기 용이한 기회의 나라임엔 틀림없다. 필자는 선양, 지린, 장춘, 칭다오 등의 여정 가운데 8차로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미지의 땅에 싹트는 희망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리고 오싹한 한기가 온몸에 퍼지기도 하였다.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 확장해 스키장비, 오토바이 보호대를 생산, 그 분야 세계 시장을 석권한 YHC사의 책임자는 “한국에서 수많은 기업이 진출하였지만 차이나 드림을 이룬 기업은 몇 안 된다”며 중국 시장 진출에 앞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해 주었다.

 지린시 조선족 군중 예술관장(리춘식)은 자매 결연한 경기도 지역 기업들이 5월 단오민족 문화절에 맞춰 한국 상품 전시실을 마련했는데, 중국 시장을 교두보로 활용해 달라며 문화사업을 통한 한국 기업 홍보에 특별한 배려를 해 주기도 하였다. 또한 조선족 기업협회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도매 유통센터 건립을 제안해 오기도 하였다. 이는 양방의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가 예상되기도 한다. 물론 경기 신용보증재단, 도의회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KOTRA 칭다오 무역관장은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이 이곳의 정서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패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중국 하면 고위층과 ‘관시(關係)’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화를 부르고 있으며 현지에서 진행중인 많은 소송사건이 모두 이런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위층과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보다는 먼저 중국법을 잘 알아야 하며, 국내 관계기관에서 충분한 조언을 듣고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충분한 경영이익이 가능한 경우에 진출하라고 당부했다.

 부동산 취득시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관계당국 편의대로 편법이 자행될 수 있으며, 특이한 상황 발생시 법으로 집행되어 소급 적용됐을 경우에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다고 한다.

 차창 넘어 칭다오 시내의 가로수에도 언뜻 봄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다. 한 그루 백목련은 수줍은 듯 하얀 미소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문득 백목련의 단아한 자태처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순백으로 물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차이나 드림 또한 저런 순백의 환희로.

◆최수권 연세디지털미디어 대표 digitalav@digitala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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