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요금 담합을 이유로 공정위가 통신사업자들에 내린 1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는 공방전이 한창이다. 담합의 주역으로 등장한 KT와 하나로텔레콤·데이콤은 물론이고 일부 원인제공자로 지적된 정보통신부 그리고 정통부의 정책 기반을 흔들고 있는 공정위 간 입씨름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가장 명확한 혐의는 KT에 지워졌다. 부모(정통부)의 뜻을 오용해 힘없는 동생(후발사업자)들을 꼬드겨 나쁜 길(담합)로 끌어간 증거물들이 나왔다. 악행임을 알면서 KT를 따라갔다가 고자질한 하나로텔레콤 측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통부 책임론도 불거졌다. ‘알아서 해라’고만 했지, 맏아들 KT가 어린 동생들을 괴롭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 죄가 도마에 올랐다. 유효경쟁 정책을 통한 공정경쟁 환경은 쉽게 조성되지 않았고 잣대로 내세웠던 후발사업자의 점유율이 되레 담합의 도구로 활용됐다. 공정위는 존재의 이유를 과시하기 위해 동료인 정통부의 약점을 앞서 폭로해 물고 물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비자인 국민은 공방에서 빠져 있다. 서로 자기 탓이 아니라고 우겨서일까. 때문에 공익적 혜택을 누려야 할 ‘국민(citizen)’과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할 ‘소비자(consumer)’들이 분노하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를 통한 사회환원과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산업 육성이라는 취지에 낮은 서비스 품질과 일방적 요금제를 감내했지만 담합으로 인한 부당 요금까지 떠맡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투자를 유도해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통신산업의 특수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규제권을 내세운 폐쇄적인 논의 구조가 담합을 감행하는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이 사건의 와중에서 통신사업자와 정통부 누구도 담합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두 반성하되, 소비자인 국민에게 우선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