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란 원래 서인도 제도와 미 남부 등지에 퍼져 있는 부두교에서 기원한 말이다. 좀비는 흑마술사의 사악한 마술에 걸려 소생하지만 자신의 영혼을 갖지 못한 채 삶과 죽음의 경계지역에서 헤맨다. 흔히 좀비는 관료화된 사회에서 요령과 처세술만을 터득,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화이트 칼라층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인다.
요즘 ‘컴퓨터 좀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컴퓨터 좀비’란 웜·바이러스·스팸메일 등에 의해 오염된 ‘구제불능’의 컴퓨터를 말한다. 컴퓨터가 이 지경에 이르면 사용자는 컴퓨터를 제대로 제어하기 힘들다. 단지 물리적으로만 소유하고 있을 뿐, 해커나 사이버 사기꾼들이 실제 컴퓨터 소유자다. 마치 영혼이 없는 좀비처럼 신세를 망치는 것이다. 컴퓨터 좀비는 해커들이나 컴퓨터 사기꾼들에 의해 원격 제어되기 때문에 피싱 사기나 대량 스팸메일 등의 중요한 경로로 악용되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랜섬웨어’라는 악성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사용자의 컴퓨터에 몰래 침입해 내부 문서나 그림파일 등을 암호화한 후 해독용 열쇠 프로그램을 전송해 준다며 금품을 요구한다. 컴퓨터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해서 ‘랜섬(ransom)’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좀비가 증가 추세라고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17만2000여대의 컴퓨터 좀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중 26%가 유럽에서 만들어지며 미국과 중국도 각각 20%, 15%나 된다. 컴퓨터 좀비가 증가하면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이용해 ID도용 등 인터넷 범죄가 더욱 활개를 칠 게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 규제기관들이 컴퓨터 좀비 박멸운동을 펼치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연방통상위원회(FTC)·영국의 공정거래청(OFT) 등 30여개 통상 분야 규제기관들이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ISP)들과 협조, 컴퓨터 좀비 퇴치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것. 컴퓨터 좀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사용자 교육이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교육 캠페인만으로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지 의문스럽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장길수 국제기획부장=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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