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뿐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상생(相生)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말 그대로 서로 도와 가며 살아간다는 말이다. 우리가 쉽게 쓰는 경제용어로 바꾸면 윈윈(win-win) 전략이다. 따라서 경제분야에서 상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도우면서 성과를 거두는 것쯤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퉈 상생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말이 화려하면 속은 부실한 게 세상의 이치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상생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가 상생이 아닌 상극(相剋)이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최근 IT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대기업들의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다. 특히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게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하도급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경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SI산업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프로젝트를 정상가에 수주하거나, 혹은 저가로 수주했다면 중소 전문업체들의 제품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정상가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금, 대기업들은 당연히 중소 전문업체들의 납품가를 낮춰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이 수익위주의 경영을 강력히 전개할수록 중소 솔루션기업들의 고통은 배가되는 것이다. 중소 전문업체와의 협력, 즉 상생이 가장 필요한 SI산업에서 상생은커녕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SI시장의 고질적인 최저가입찰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치유되기 힘들다. 그러기에 SI산업에서 상생의 길은 힘들 수밖에 없다. 상생이 그냥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정한 상생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기에 SI산업에서의 상생은 더욱 돋보일 수 있다. 대형 SI기업들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보고 싶은 요즘이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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