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자금난으로 부도설에 시달리던 삼보컴퓨터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삼보는 위기가 감지된 이후 채권단의 공동관리, 법정관리, 화의 등 세 가지 방안을 놓고 ‘장고’를 거듭한 끝에 결국 법정관리로 방향을 확정했다.
삼보가 대주주 겸 경영진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법정관리로 돌아선 데는 회사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았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삼보는 법정관리를 통해 또 한 번의 구조조정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재무 구조 개선을 비롯한 일련의 경영 정상화에 성공해 오히려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삼보의 위기가 안타까운 건 이번 사태가 비단 삼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몇 번의 경영 위기를 맞은 삼보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익성이 낮은 물량 위주의 ODM 사업을 줄이고 자체 브랜드에 승부수를 던졌다. 저가 노트북PC ‘에버라텍’은 시장에서 ‘이변’이라 불릴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PC시장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삼보 경영진의 패착 때문이 아니라 전체 PC산업 위기에 따라 예견된 것이었다. 국내 업체는 이미 프리미엄 제품급에서는 미국·일본 등 전통적인 PC 강자에,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했던 중저가 브랜드와 생산 면에서는 대만·중국에 밀리고 있다. 이 때문에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해외 시장에 내세울 만한 모델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한때 3대 수출품으로 주목받았던 PC도 수출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 분기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체면을 구겼다.
삼보 사태는 결국 우리나라 PC산업 전체의 위기인 셈이다. 삼보의 법정관리를 남의 일로 치부하며 주판알을 튕기기 전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PC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새롭게 강화해야 할 때다. 새로운 제품, 차별된 프리미엄 브랜드, 확실한 애프터서비스, 해외 신시장 개척 등 구두선 차원에서 논의되었던 PC시장의 해법을 이제는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시점이다. 누구나 제2, 제3의 삼보컴퓨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삼보의 이번 사태는 결국 삼보가 아닌 PC산업 전체에 던지는, 위기를 알리는 신호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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