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아이슬란드의 선택

최근 막을 내린 서울 모터쇼는 ‘연료전지차’의 글로벌 경연장이었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앞다퉈 연료전지를 이용한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컨셉트카는 10년 이내 상용 가능한 기술이 적용된 샘플차량으로 수소 경제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 29만의 작은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는 엄청난 에너지 소비국가다. 연간 85만톤 규모의 석유를 수입해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8%를 충당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아이슬란드가 지난 1999년 세계 처음으로 수소경제 국가로의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아이슬란드 수소연료전지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 지분의 51%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은 다임러크라이슬러, 셸 오일, 노르스크 하이드로 등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수소 경제 밑그림을 수소에너지 생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국토의 70% 이상이 불모, 12%가 빙하,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은 회색 빛 제국, 지구화산 분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화산제국 등 척박한 환경을 지열과 수력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전세계에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아이슬란드는 현재 ‘수소경제를 위한 국제협력 파트너십(IPHE)’ 의장국으로서 수소에너지에 관한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면서 수소 수출의 차세대 에너지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아이슬란드는 주유소와 같은 상업용 수소 충전소의 운영에 들어갔으며 현재 수소 자동차가 공급돼 운행되고 있다.

 인류 생존을 위해서는 화석에너지 고갈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최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대통령과 수상 등 최고 정치 지도자까지 나서서 수소에너지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2014년 수소가 본격적으로 석유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에너지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연료전지 기술이다. 연료전지는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곧바로 전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이나 터빈보다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고 배터리와 달리 충전이 필요없다. 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물 이외의 부산물이 없으며 에너지 밀도도 높아 소형화 및 경량화에 유리한 친환경 에너지다.

 2010년을 전후해 수소에너지 체제로 본격적인 전환을 위해 현재 미국은 가정용 연료전지 실증테스트를 진행중이다. 2040년께에는 현재 미국의 1일 석유수입량 규모인 1100만 배럴이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로 대체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연료전지 자동차 의무판매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80년대 에너지절약 기술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연료전지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30여개 지역에서 연료전지 실증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자동차 및 가정용 연료전지 실용화를 시작해 2010년께 연료전지 대중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은 2006년까지 연료전지 실증테스트를 할 계획이며 2011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5% 수준까지 연료전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연료전지 상용화 지원 방침이 확정돼 향후 한국과 일본의 수소사회 진입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90년대 연료전지 개발에 착수한 유럽은 예산을 대폭 확대해 2006년까지 20억달러를 연료전지와 수소에너지 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은 국가적 과제로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가 대안이다. 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접근과 함께 연료전지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는 벤처투자도 수반되어야 할 때다.

 수소 수출국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선택은 국내 벤처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벤처기업이 기술과 제품을 세계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이슬란드와 같이 미래 핵심가치를 읽어내는 안목과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적극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김형기 한국기술투자 대표 iwkkh@kt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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