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룡천역 참사 1주년과 `IT 햇볕정책`

북핵 문제가 최근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1년 전에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큰 사건이 북한에서 일어났다. 중국 국경에 인접한 평안북도 룡천에서 열차 폭발 사고가 발생, 150여명의 사망자와 1300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피해 반경 2km 내 참사 현장은 마치 융단 폭격을 받은 듯 폐허 더미로 변한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이례적으로 참사 소식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속보로 타전됐다. 평소 폐쇄적 북한 사회의 특성상 내부 소식을 외부에서 알기란 쉽지 않다. 북한이 폭발사고 후 5일이 지나서야 참사를 시인하는 공식 발표를 했다. 이에 반해 이보다 먼저 외부에 소식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중국 국경에 인접한 지리적인 특성도 한몫을 했겠지만, 북한 중계 무역상들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단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이 같이 북한 사회도 이미 정보통신기술이 사회 저변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로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폭발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룡천역 피해지역 일대에는 북한 주민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며칠 전 모 방송사에서 ‘룡천역 참사 1년 후’의 모습을 담은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불과 1년 전에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학교와 주택 재건축이 완료돼 800여 가구의 이재민이 새 주택단지에 입주했다고 한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의 특집 보도에 따르면 1650가구를 수용하는 2∼3층짜리 현대식 주택단지가 새로 건설된 것을 비롯해 7000가구에 달하는 주택이 대대적으로 보수되거나 세워졌다고 하니 말 그대로 소규모 신도시가 세워진 셈이다. 특히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와 부상당한 아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됐던 룡천소학교는 컴퓨터와 TV 등 최신 교육시설을 갖추고 작년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룡천 사고 이후 대북 지원은 우리나라가 정부와 민간을 합쳐 644억원, 국제사회는 1800만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민간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 정부 주도의 남북관계 개선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제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민간교류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되면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IT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IT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 IT산업을 벤치마킹하고, 국가적인 IT산업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조직적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IT발전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남북 IT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북 IT교류 협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개선하고 북한이 자주적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모두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의 개발이 절실하다. 시장경쟁력이 있는 우리 상품에 대한 임가공사업이나 북한의 원천보유기술에 대한 해외수출대행 그리고 우리가 보유한 IT기술 전수를 통해 북한의 IT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을 남북 IT경협에 적극 활용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IT발전과 함께 사회 전반의 인프라 확충을 돕고 북한의 자립경제를 앞당기며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와 있는지 모른다.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라는 이솝 우화의 교훈처럼 북한과의 IT교류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IT 햇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 IT교류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 wonin@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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