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가.’
두 달 전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직을 맡게 된 후 자주 생각해 온 화두다.
코스닥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 대학 재학중이거나 갓 졸업한 젊은 세대의 희망은 안정적이고 지명도 있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재학중 또는 졸업 후 바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어려웠다. 부자가 되고 한 기업의 CEO가 되는 것은 최소한 40대 이후의 얘기이고, 먼 훗날의 희망이었을 뿐이다. 대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을 갖기는 더욱 힘들었고 재벌기업은 넘볼 수 없는 하나의 장벽이었다.
결국 개개인의 능력, 아이디어, 기술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릇은 대기업뿐이었고 그 그릇 속에 안주하는 것만이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었다.
최근 신문들은 젊은 부자들의 얘기를 심심찮게 싣고 있다. 20대, 30대 혹은 40대의 CEO들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떠올랐다는 재미있는 기사들이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창업자들이다. 그들은 돈을 벌어 국가에 세금을 내고, 새로운 기술과 창의력으로 세계 무대를 넘나들며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
여기서 우리는 코스닥의 존재이유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코스닥은 개인의 능력, 기술, 창의력 그리고 꿈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다. 코스닥은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성공의 길로 가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코스닥은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한 콤플렉스를 없애주고 세계를 무대로 개인의 성공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코스닥은 젊은이들에게 특히 친근하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기업의 수출액은 12조원을 넘었고 연구개발(R&D) 투자액도 1조원을 웃돌았다. 이들은 밤낮없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과거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야기한 불미스러운 일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코스닥의 대다수가 아니라 소수였다는 점이다. 코스닥은 이제 겨우 유년기를 벗어났다. 미숙함과 실수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실제로 자기는 일하지 않으면서 남이 하는 일을 비난만 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부정적이고 단점만 들추어내 사회를 어둡게 한다. 그 순기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점뿐 아니라 장점도 보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한때는 몇몇 소수기업 때문에 코스닥 상장기업 전체가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90% 이상의 코스닥 상장기업은 밤낮 없이 일하며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설사 10% 또는 20%의 기업이 잘못된다 해도 그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업도 생태계와 같아서 새로이 탄생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사라지는 기업도 있게 마련이다. 생존경쟁에서 지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것 또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코스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필자가 몸담고 있는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부터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코스닥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에 대한 홍보, 기술개발은 뛰어나지만 관리나 마케팅에 약한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시스템 구축, 회원사 상호 간의 생산적 정보 교류 지원, 기업인수·합병 등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M&A센터 설치, 국내외 IR지원과 상장사 임직원 대상 교육 업무 등이 필요하다.
코스닥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열려 있는 꿈이요, 희망이며, 미래다. 지금 밤낮 없이 뛰고 있는 벤처창업자들의 다음 목표도 코스닥이다.
코스닥이 잘되어야 국가 경제의 미래가 밝다. 코스닥의 특징이 기술, 창의력, 젊음이기에 코스닥은 곧 한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모든 코스닥 상장기업 그리고 코스닥 입성을 꿈꾸는 이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박기석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 kspark@t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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