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날아간다.’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그리고 이 법칙은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산업도 가벼운 것이 있고 무거운 것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무거운 산업은 한 마디로 제조업이라 할 수 있다. 수백톤에 달하는 무거운 기계설비와 철저한 품질관리, 그리고 최첨단 기술들…, 이런 것들은 결코 가벼워선 안된다. 무겁고 또 무거워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 반대로 가벼운 산업은 무엇인가. 바로 엔터테인먼트, 문화산업이다. 과거에는 문화라는 형태가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문화가 산업이라는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일부가 있을 뿐.
사람들은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와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손에 꼽는다. 문화산업은 무거워선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주제가 아무리 무거워도 그 표현방식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벼움 속에 있어야 한다. 이른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예술영화 가운데도 성공을 거둔 작품은 예외 없이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낸 것들이다.
문화산업이 가벼운 것이라는데 공감 한다면 이제부터는 문화산업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가벼운 산업을 다루는 사람들의 생각이 무겁다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 수 밖에 없다. 특히 공무원들의 경우 경직된 사고방식에 젖어 있어서 가벼운 사고를 기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최근 게임산업을 육성하는 대표적인 정부부처인 문화광광부와 정보통신부 수장들이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기로 했다가 다음으로 기회를 미뤘다는 말이 들린다. 일반인들이 볼 때 정부부처 장관들이 아이들이나 하는 게임으로 승부를 겨룬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더욱 난감한 입장일 것이다.
두 장관의 의도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들은 더 파격적으로 가벼워져야 한다. 정동채 장관과 진대제 장관의 경기가 무산된 것은 양측에서 이것저것 격식을 따진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왕에 하기로 했다면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한가. 일단 장소와 시간, 의미를 떠나서 파격적으로 해 보는 거다.
그래야 게임에 대한 공무원들의 무거운 생각들이 가벼워 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게임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신명 나게 게임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게임업계에는 서울대니 카이스트니 하는 명문대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그들이 왜 게임산업에 뛰어들었겠는가. 미래는 가벼운 산업이 주도할 것이란 드렌드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무원들이 가벼워져야 할 차례다. 아직도 너무 무겁다.
<김병억·취재부장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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