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반도체 벤처업체 사장을 만났다. 그는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녀왔고, 생각보다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해외 유수 금융회사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을 만나 날카로운 질문도 받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업에 대한 국내 기관과 해외 기관의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났으며, 특히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부분이 너무 달라 놀랐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의 질문은 ‘선발업체인 M사 및 C사의 현재 주력 제품과 차이점이 무엇인가’ ‘특정 대기업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등 단기적인 시각에 집중됐다.
이에 비해 외국 기관의 경우 ‘5년 이후의 비전은 무엇인가’ ‘우수 엔지니어 이탈 방지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여부’ 등 회사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류였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기관뿐 아니다. 최근 중국 출장에서 만난 중국 가전 부문 대기업인 푸티엔 그룹 연구개발 총책임자인 천칭팡 부원장은 “(구매자로서) 우리가 원하는 파트너는 단기간의 교류가 아니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협력이 가능한 회사”라며, 뛰어난 기술과 함께 긴 안목을 가진 부품회사를 찾는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해외 시각은 무조건 옳고 국내는 틀렸다는 식의 상투적인 얘기를 다시 언급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국내 반도체 벤처기업들이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거래처를 뚫으려면 ‘해외의 방식’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난 2∼3년간 국내 시스템반도체 벤처기업들은 국내 시스템 업체를 대상으로 반짝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스템반도체 벤처기업들의 실적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캐즘’에 빠진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시각에 함몰돼 불안해 하기보다 5∼10년을 생각하며 시장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국가대표 산업이 되고 세계를 주름잡으려면, 국내 대기업 한두 곳만 바라보고 움직이는 단기적인 시각을 넘어 ‘글로벌 안목’을 갖췄으면 한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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