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3월부터 홍콩과 근접해 있는 광저우의 중산대학교에서 이 대학 교수들과 함께 광둥지방의 IT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교수의 도움으로 선전의 화웨이 테크놀로지, 주하이의 금산소프트웨어, 광저우의 넷이즈 등 유수한 기업의 연구개발 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런 기업 방문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중국의 위력을 몸으로 느끼면서 우리나라의 나아갈 길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문득 4∼5년 전에 연재되었던 실리콘밸리에 관한 신문기사 생각이 난다. 그때는 벤처 붐이 한창이었는데, 국내 대학 모 교수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지내면서 정기적으로 실리콘밸리의 근황에 대하여 신문에 연재를 하였다. 매우 흥미롭게 읽으면서 부러워한 기억이 새롭다. 참 격세지감이다.
지난주에는 과학기술부의 의뢰로 작성한 RAND연구소의 ‘떠오르는 중국시대에 한국의 과학기술 전략’ 보고서에 관한 내용이 신문의 머리기사를 차지했다. 내용인즉 중국의 과학자 수는 한국의 5배, 구매력 평가지수로 조정한 R&D투자비용 3배, 중국의 해외기업 R&D센터는 600개, 한국은 180개 등등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통계로 확인해 주는 내용이었다.
온라인게임 산업에서 지난 3년간 한국과 중국의 경쟁력 변천 추이를 살펴보면 위의 통계 내용을 더 실감나게 알 수 있다. 2001년에 ‘천년’ ‘미르의 전설2’ 등 온라인게임을 중국 시장에 수출한 후 지난 3년간 60여개의 게임이 중국에 진출했다.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업체도 중국 특수를 활용, 제법 성장하였다. 2002년의 로열티 수입은 고작 160억원 정도였는데 2004년에는 약 1500억원이 해외, 특히 중국에서 로열티 수입으로 채워졌다. 중국 진출하여 돈 번 기업이 없다고 하는데 온라인게임 산업은 예외다.
이러한 온라인게임 산업도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작년 11월 중국 정부 당국은 민족게임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 오는 2008년까지 100개의 중국 자체개발 게임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작년 말 현재 개발중이던 16개의 게임을 선정하여 민족게임으로 지정하고 꽤 많은 지원금을 주었다.
또 하나 충격적인 사실은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상하이 샨다 네트워크가 이 게임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엑토즈소프트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상하이 샨다는 작년 7월 나스닥에 상장하여 약 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인 뒤 이 자금을 이용하여 국내 게임개발사를 인수한 것이다.
10여년 전 선진국의 기술이전 불허와 개도국의 저임금 노동력 산업의 스퀴즈가 일어난다고 아우성치던 것이 생생한데, 온라인게임에서도 스퀴즈가 나타나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장대한 스케일을 가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우월한 기술력으로 국산 게임들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국산게임개발 정책에 힘입어 게임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중국 민족 정서에 호소하는 게임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산업이 제대로 꽃 피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품질과 물량의 스퀴즈에 몰린 상태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스퀴즈를 IT산업 드라이브 정책을 통하여 슬기롭게 넘긴 것처럼 온라인게임 산업에서도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집결하여 슬기롭게 대처하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온라인게임 산업은 국제적으로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는 않았다. IDC 인텔리전스는 전세계 온라인게임 인구의 성장률이 2009년에는 2003년 대비 163% 성장, 3억7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계하고 있다. 특히 콘솔게임의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우리의 역량을 이러한 분야로 모으면 현재의 기술력을 발판 삼아 새로운 분야로 나갈 수 있다.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빠른 중국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방법 중 하나는 대학을 통한 한·중 공동 인력양성 사업이다. 현재 중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은 엄청난 인력난에 처해 있다. 국내와 중국의 대학이 힘을 합쳐서 인력을 양성하게 되면 향후 온라인게임 시장이 유럽과 북미로 확장될 때 자연스럽게 동반 진출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가끔 중국 지도를 들어다 보면 그 거대함에 감탄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지도를 들여다 보다가 중국 지도가 수탉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상하이 지방이 가슴팍이고 오지인 신장, 티베트 지역이 꼬리다. 둥베이 지방이 닭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닭 부리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한반도를 부리로 상상하니까 그 앞에 태평양이 펼쳐져 있으며 일본은 태평양 상에 있는 먹잇감과 같은 형상이 되었다.
닭은 부리가 없으면 힘을 못 쓴다. 유럽의 소규모 국가들이 기술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듯이 우리가 게임의 핵심기술을 잡고 있으면서 중국의 발전에 있어 세계 시장의 향도 노릇을 한다면 온라인게임의 스퀴즈 상황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yhnam@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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