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생태계의 변화

 오라클과 피플소프트, 시만텍과 베리타스에 이어 어도비가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며 전세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이들 메이저 기업의 M&A는 과거 요소 기술을 가진 기업을 M&A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동종 기업을 적대적으로 M&A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다.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두 기업 간 합병을 통해 통합솔루션을 구현하고 기업의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의 결과다. 중소 규모로는 변화하는 IT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이 M&A에 나선 이유다.

 물론 월가에서는 이들 기업 간 M&A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가가 폭락했으며 향후 불확실한 전망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과는 달리 IT 인프라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줄 잇는 M&A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시만텍과 전격 합병을 결정한 개리 블룸 베리타스 CEO는 “기업의 총소유비용과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공급자보다는 튼튼한 기업 구조를 갖춘 거대 회사 몇 개가 효율적”이라며 “이미 많은 CIO가 줄기차게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거대 기업 간 M&A를 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은 물론이고 IT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데 더 힘겹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곳보다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풍토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 간 M&A는 더욱 더 요원한 일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왜 M&A에 나서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거대한 자본력과 R&D 인프라, 관리조직 효율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M&A가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세계 1위 기업들이 변화하는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에 가졌던 지위를 버리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회사 성장을 위해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샌프란시스코(미국)=컴퓨터산업부·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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