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정보기술(IT) 제품이 세계적인 IT 전시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 제품이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정보통신 및 사무기기 전시회(CEBIT)에서는 또 다른 자부심을 느꼈다. 국내외 언론들은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전자제품이 각광을 받았으며 특히 국내 휴대폰 업계의 빅3인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앤큐리텔이 ‘iF 디자인상’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우리가 만든 카메라폰을 시연하는 슈뢰더 독일 총리의 모습은 우리 전자산업의 위치를 세계 시장에서 확인시켜 주는 감동 그 자체였다. 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가전제품쇼(CE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이 29개의 혁신상을 수상한 데 반해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모토로라는 12개, 유럽의 필립스는 11개 그리고 일본의 마쓰시타 등 3개사가 26개로 우리의 수상품목보다 적었다.
지난해 우리의 IT 수출은 750억달러로 총 수출의 30%를 점할 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표적인 IT분야의 신제품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자 또는 IT분야 전시회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해외 바이어가 많이 모이고 이들 전시회에서 혁신이나 디자인상을 받으면 그만큼 수출증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면적이 40만㎡를 상회하는 CEBIT은 세계 각국의 7000여 업체가 참가해 65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전시회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대규모 IT전시회는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 산하 단체나 언론기관이 주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시회인 한국전자전의 경우 450개 업체가 참여했고 전시면적도 2만5000㎡에 불과하며 참관객 수도 10만명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IT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전시회만 33개가 개최되고 있지만 평균 참가 업체수는 200개를 넘지 못하고 전시면적도 8000㎡를 밑도는 등 국제적인 전시회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이 같은 전시회의 개최는 여러 가지로 낭비와 부작용이 심하다. 이렇게 많은 전시회가 개최되지만 해외 바이어의 참가를 통해 무역으로 연결되는 전시회는 극소수고 대다수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로 주최자의 수익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전시주최자가 소위 힘이 있는 기관이다 보니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이들이 개최하는 전시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업종별 단체가 주관하는 이들 전시회를 통합, 대표성 있는 기관이 주관해 가칭 ‘한국 IT 통합 전시회’를 쇼&쇼(Show & Show) 형태로 개최하고 그 수익성을 분담하는 방식을 추진한다면 참가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 전시회를 통해 우리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세계 각국의 CEO들이 전시회에 참가해 수입상담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 바이어가 관련 기업을 방문해 우리 IT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직접 시험해보게 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수출 증대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IT강국 이미지를 높임은 물론이고 전시회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국내 항공기와 호텔을 이용하게 될 경우 얻게 되는 부수적 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IT분야의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발굴해 새로운 소규모 전시회를 개최하기보다는 CEBIT을 능가하는 국내의 세계적인 IT 전시회 개최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박종천 코엑스 전무 bell@coe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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