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포토마스크 업체인 포트로닉스가 25일 한국에 R&D센터를 열었다.
포트로닉스는 한국에 단순히 R&D센터를 설립하는 게 아니라 아예 미국 본사의 R&D 기능을 이전해 글로벌 차원의 주력 연구소를 한국에 설치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외국계 핵심 부품소재 업체들의 국내 투자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한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 국내에 현지 생산 공장이나 R&D센터를 세운다는 외국 업체들의 발표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 투자 유치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활동도 한몫 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외국 업체에 세금이나 용지 매입 등의 혜택을 준다는, 이른바 역차별론이 대두될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 외국 업체들의 R&D센터는 사실 핵심적인 연구를 수행하기보다는 한국의 주요 고객사를 위한 생산 기술 현지화와 지원에 중점을 뒀다. 생산 공장도 원소재에 대한 후가공 처리를 위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의 R&D 기능을 한국으로 일원화하겠다는 포트로닉스의 계획은 신선하다. 이 회사는 현재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5∼10년 앞을 내다보며 진행중인 원천기술 연구도 향후 한국으로 옮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는 포트로닉스가 지분의 90%를 갖고 있는 피케이엘의 역량과 시장에서의 위상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피케이엘은 포트로닉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11개 사업장 중 유일하게 LCD 포토마스크 사업을 진행중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곰곰이 따져 보면 결국 시장·기술·잠재성 등을 두루 갖췄을 때만이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외국 업체가 한국에 와서 첨단 기술과 제품을 풀어 놓을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려한 외자 유치 실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산업은 여전히 외국 기업의 ‘봉’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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