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C(Chief)로 시작해 O(Officer)로 끝나는 이른바 ‘C레벨’ 간부가 늘고 있다. 하인즈의 경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전략(Growth)’을 담당하는 CGO를 임명할 정도다. 이렇게 분야별 전문 경영이 늘어나면서 새로 그 필요성을 주목받는 ‘C레벨’ 간부에는 CDO(Chief Data Officer)도 포함되는데 이미 여러 선진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포털기업인 야후는 지난해 12월 우사마 파예드 박사를 CDO로 임명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글로벌 인터넷 쇼핑기업 아마존 역시 고객별 타깃 마케팅을 위한 맞춤형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할 CDO를 임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CDO를 필요로 하게 됐는지 그 등장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 배경으로는 기업이 데이터 활용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데이터를 새로운 수익 창출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기업이 글로벌화되고 경영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기업 내외부의 수많은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데이터 양과 종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동안 의미 없이 버려졌던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기 위해 기업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데이터 전략가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배경으로는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다양한 컴플라이언스와 기업지배구조 등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를 최신의 통합 표준에 부합하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즉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늦출 수 없는 당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데이터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CDO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CIO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기업의 IT인프라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지휘관이라면, CDO는 기업 내 데이터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 및 활용함으로써 IT와 비즈니스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데이터 총책임자라 할 수 있다.
데이터 자산화를 위한 선진 기업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볼 때,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우리 기업들도 데이터의 자산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저품질의 데이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표준화된 데이터 확보가 기업에 주는 혜택, 지속적인 품질측정 및 평가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품질관리 및 통합에 대한 경영자 층의 인지도는 외국에 비해 매우 낮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국내 금융계좌 주민번호 중 398만개가 잘못 기재돼 있는데, 이 중 금융회사 직원이 92∼95년 행정전산화 과정에서 계좌의 주민번호를 잘못 입력한 뒤 정정하지 않아 생긴 오류가 221만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들은 데이터 관리를 위한 체계적 시스템이나 책임자 제도를 갖추지 않은 채 IT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의 CDO 도입은 그런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CDO 도입을 따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될 ‘중요 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데이터 통합은 기업 내 산재한 수많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레거시 시스템 등에 존재하는 복잡한 데이터를 ‘단일화된 뷰’로 통합함으로써 데이터 복잡성을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전사적 데이터 관리의 핵심이다. 또한 통합된 데이터 인프라는 심화된 경쟁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주는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 내 사업별로 각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개별 구축한 시스템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데이터 양은 분석기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매년 30∼80%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기업들이 데이터의 전략적 관리와 활용이 기업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최현민 한국어센셜소프트웨어 사장 hugo.choi@ascentialsoftw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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