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기업의 화두는 단연 ‘투명경영’이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GS그룹 등 우리나라 모든 기업이 앞다퉈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결의대회, 선포식 등을 갖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여당은 ‘반부패 투명사회협약’을 내세우고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기관도 투명협약에 동참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과장급 이상으로 구성된 ‘윗물 맑기 운동’ 서약식을 가졌다.
올 들어 기업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최고의 선(善)으로 ‘투명경영’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투명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명(透明)’을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①물 따위가 속까지 환히 비치도록 맑음 ②사람의 말이나 태도, 펼쳐진 상황 따위가 분명함 ③앞으로의 움직임이나 미래의 전망 따위가 예측할 수 있게 분명함 ④물체가 빛을 잘 통과시킴’이란 뜻이 있다. 이름처럼 맑고 명쾌한 정의다.
그러나 ‘투명’은 그 척도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정보가전 업계에서는 맑음과 밝음을 ‘해상도, 명암비’ 등으로 구분한다. 세계 최초의 ‘8000 대 1’ ‘700만 화소 카메라폰 개발’ 등이 그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의 맑고 밝음의 척도는 분명하지 않다. 0과 1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사회적 관계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0과 1로 구분되지 않는다. 가끔 시민단체나 학자가 사회적 현상을 ‘0에서 10까지’의 척도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단지 변수를 통제한 그야말로 특이한 경우에 불과하다.
우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 산다.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하는 산·학·연·관의 투명성은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측정이 불가능하다 보니 말하는 사람마다 ‘투명’의 조건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힘없고 배경 없는’ 시민들은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기업시민이니, 사회공헌처럼 추상적인 의미 전달이 아니라 ‘세계 최초 8000 대 1의 명암비 실현’ ‘700만 화소 카메라폰 개발’처럼 ‘세계 최초 공무원·기업 명암비 8000 대 1’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산업부·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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