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지는 자연현상이나 동해에서 잡힌 생선의 유통경로를 훤히 감지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 같다. 이런 세상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게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다. 유비쿼터스 코리아(u코리아)는 이를 다시 정부 정책 개념으로 환산한 것이다.
과거 e코리아가 인터넷의 확산을 통해 산업 활성화를 꾀했다면 u코리아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통해 사회와 문화 분야의 변화까지 유도해 보겠다는 원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등장하는 각종 정책, 경제, 사회 이슈들에서는 이른바 ‘u’자 열풍이 거세다. u정부·u도시·u뱅킹·u러닝과 같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u세관·u병원·u무역· u아파트, 심지어 u민원·u방범·u농촌 등에 이르기까지 u의 행렬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u경북, u부산, u제주니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발표 내용도 마찬가지다.
u자 열풍은 e코리아 때의 ‘e’자 열풍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e○○○나 u○○○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슈 발표 주체인 정부나 기관 또는 기업의 조급성과 강박관념 같은 게 그대로 배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e자나 u자를 붙여야만 대외 경쟁력이 생기고 국민이나 고객들로부터 보다 많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내용들이다. 그래도 e자 열풍때는 식상하긴 했지만 기술적으로 얼토당토 않는 일에 남발되지는 않았다. e는 오프라인 업무를 온라인(인터넷)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를테면 전자거래나 전자적 업무처리 환경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적어도 e○○○에는 인터넷이 만들어지고 상용화된 지 수십년 만의 결과로 얻은 내용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u자 열풍은 좀 상황이 다른 것 같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아직 그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고 기술적으로도 성숙되거나 상용화되지도 못 했다. 간혹 실체가 있다 해도 단말 부문에 국한된 일부일 뿐, 정작 중요한 입력이나 처리 부문은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가 못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구현은 인터넷처럼 IT수단에 의존해서만 되는 것도 아닌, 사회·문화·철학과 같은 전형적인 아날로그 코드들도 함께 참조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발표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지 못한, 모바일(m)환경의 구현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의 내용없는 u자 열풍은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u의 남발은 앞으로도 엄청난 해결 과제를 안고 있는 유비쿼터스 분야를 오히려 경시하는 풍조를, 그래서 기술개발이나 구현을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u코리아 정책이 급조된 e코리아의 1.3버전쯤에 해당할 뿐이라는 일각의 비아냥도 이런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진정한 u코리아는 e코리아를 참조하되 그 좁은 시야는 과감히 벗어나는 큰 틀의 정책적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사례는 매우 시사적이다. e재팬으로 별 재미를 못 봤던 일본정부는 우리보다 5년쯤 앞서 총리 산하기구에서 u재팬 정책의 기조를 닦기 시작했다. 5년쯤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본은 한국이 e코리아에 푹 빠져 있기도 전인 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유비쿼터스를 연구해 왔다. 이런 결과로 일본은 현재 이 분야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앞서는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u재팬의 보완과 수정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범부처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u코리아 정책 버전 1.0이 필요할 때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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