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도 및 역사 교과서 문제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 이래로 갈등 관계였다. 왜구의 침입, 임진왜란, 한일합방 등은 우리가 피해를 본 것이고, 원과 고려의 일본 정벌과 세조대왕의 대마도 정벌 등은 그 반대의 경우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사이에는 여러 가지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나라 간 갈등은 국력의 차이에 따라서 전개된다. 고구려가 강성했을 때는 한나라·위나라 등을 침범했고, 통일신라 이후로는 중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하고 굴욕스러운 조약을 맺었다.
조선이 강했을 때는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고 대마도주를 징계했으며, 일본이 강해진 뒤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키고 한일합방이 일어났다. 과거에 국력은 군사력이었으나 지금은 경제력이다.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면 세계에서 12번째에 해당하는 강국일까. 이 물음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라고는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기술에 극히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1980년대부터 기술입국을 위해 거국적인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바로 다른 나라 과학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진정한 경제대국, 진정한 강국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IT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반도체 및 휴대폰 수출액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실상을 보면 핵심 반도체 장비나 IT 부품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IT·가전·전자산업 등의 모든 기기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핵심 기술은 중앙처리장치라고도 부르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다. 참여정부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IT 분야 중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활용하는 수단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보면 모두 외국계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마치 외국 회사의 용역 하도급 업체 같은 느낌마저 든다.
과거 수차례에 걸쳐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국책 과제를 진행했다.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지만 한 벤처회사가 독자적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해서 고군분투중인 것을 제외하면, 거의 전적으로 외국 회사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이 벤처가 개발한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국내외 10여개 이상의 대학과 라이선스를 맺는 등 객관적으로 우수한 기술로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자금과 인력 면에서 제한적인 벤처가 마이크로 프로세서처럼 막대한 연구비와 우수한 인력이 필요한 핵심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술과 관련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벤처가 개발한 핵심 기술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술력이나 경제력, 국력이 일본을 앞지른다면 독도나 역사 교과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국력을 키우지 못하면 국내에서 볼멘소리만 늘어놓는 데 그칠 뿐이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우리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조경연 부경대학교 전자컴퓨터정보통신 공학부 교수 gycho@mail.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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