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는 현재 근래 보기 드문 경색 국면에 처해 있다. 북한은 작년 7월부터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단절시킨 데다 민간 경제인의 평양 방문을 막았다. 지난 2월 초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직후부터는 소수나마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대북지원단체들의 평양 방문조차 막았다. 작년 7월 당시만 해도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던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렇게 경색 국면이 지속, 또는 강화되면 남북 간에 서로 좋을 것이 없음은 자명하다. 당장 확대되어야 할 경제교류가 제자리 걸음 내지 후퇴하고 있다. 작년 남북 교역액은 6억9700만달러로 전년의 7억4400만달러에 비해 3.8% 감소했다.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교역은 급물살을 탔으나 작년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며칠 전부터 남한 전력이 송전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의 개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북한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을 재촉하지만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의 국제 정세가 암초로 등장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강화되어 올해 상반기에 100만평을 분양하려던 계획이 5만평 분양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남북 관계가 결코 경제논리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된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봄철 비료 지원도 당국자 간 경색관계의 희생양이 됐다. 북한은 금년도에 무려 50만톤의 비료 지원을 요구했지만 통일부는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재개해야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따라서 비료 문제가 북한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북한은 남한 비료 지원량 20만톤에 자체 생산분과 수입분을 더해 30만톤 이하의 비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들 비료를 1개 도에 집중 배당함으로써 다른 도와 비교했을 때 농업생산량이 월등히 증가한 좋은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실험에 힘입어 북한은 올해에는 작년의 두 배 반이나 되는 50만톤의 비료 지원을 남한에 요청했던 것이다.
비료 지원이 당국자 간 대화 재개 카드와 연계된 지금 북한은 비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외화벌이 기업에 비료 수입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긴급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됐다. 비료 살 돈을 무리하게 내놓아야 하는 기업들의 사정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이는 북한 경제뿐 아니라 당장 해외에서 북한 기업과 거래하는 남한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선급거래를 요구하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는 모험을 싫어하는 생리를 가진 기업의 입장에서는 북한 거래를 꺼리는 근거가 된다. 정치가 남북 경제교류에 미치는 악영향이 이렇게 번져 나가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자주,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이라는 3대 공조를 제시한 바 있으며, 핵무기 보유 선언 직후부터는 더욱 빈번하게 민족 공조를 주장하고 있다. 민족 공조가 진정 민족통일과 민족 내부의 이익 증진이라는 명제를 달성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사구시의 경제논리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당분간은 정치라는 공리공론식 외풍에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교류의 터전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따라서 남이나 북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활동에 제한을 둔 조치들이 하루속히 풀리기를 기대한다. 작년 7월 이후 경제인 방북 제한도 북한이 빨리 풀어야 할 규제 중 하나다. 방북을 하지 못하니 기술 전수나 진보된 교류 환경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게 당연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경색 상태가 지속되면 사업 당사자 간의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북해외공동행사가 올해에는 평양에서 열리기로 남북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때 북한의 방북 제한 정책과 상관없이 많은 남쪽 사람이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남북 간 경색 국면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정 민족네트워크 대표 4le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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