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팹리스 업체가 나아갈 길

국내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벤처기업들이 일어서고 있다. 1000억원을 넘는 매출을 올리며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들, 다름 아닌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들이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설계 기술 및 판매 노하우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 있는 반면, 상당수의 업체는 팹리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약의 문턱에서 주저앉는 경험을 맞보기도 한다. 과연 팹리스 업체들이 미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헤쳐 나가야 할 길이 과연 무엇일까.

 팹리스 업체들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파운드리 업체 및 후방 업체와의 연계성이라 할 수 있다. 팹리스 업체들은 각각의 업체 상황 및 제품에 따라 파운드리 공정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파운드리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안정되고 원활한 제품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 파운드리 업체와 계약을 해 생산성이 저하되기도 하고 불법복제에 따른 기술 유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파운드리 업체를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유지는 팹리스 업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파운드리 업체와의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제품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공정 초기 단계에서 보다 향상된 첨단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든가 생산량 할당 및 지분참여 등을 통해 팹리스 업체와 파운드리 업체 간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팹리스 업체가 겪는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이 설계 인력 양성이다.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다 보니 인력충원에 있어서도 어려움에 봉착한다. 전문화된 설계 인력을 구하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술인력을 충원했다 하더라도 전문 인력 교육과 관리 측면에서 충분한 보상과 처우 격려 없이는 조직을 원활하게 관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 인력이다 보니 설계 인력의 손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팹리스 업체인만큼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큰 투자며, 이를 위해 전문화된 설계 인력은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인력의 최대 만족을 위한 보상방안이라든가 특별한 사내문화 조성을 통한 사기진작으로 이직률을 최소화하는 등 조직적인 차원에서 인력관리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팹리스 업체의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능력의 강화 또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필수전략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군에서 나름대로 조성된 팹리스 업체의 활동영역이 시장성이나 수익률이 높은 분야에만 집중되고 이를 통해 제살 깎아먹기식의 저가경쟁이 이루어져 각 업체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팹리스 업체들은 자체 설계한 반도체설계자산(IP) 확보를 통해 개발제품에 대한 적절한 배치와 더불어, 미래 기술을 바라보는 상품기획으로 틈새시장이 아닌 시장 선도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계 인력과 경영층 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반도체 산업 전문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영입을 통해 내수 및 해외 시장 네트워크 관리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흔히 비메모리라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시스템 반도체는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팹리스 업체는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후발 기업이나 기존의 모든 팹리스 업체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한정되지 않고 넓다는 것을 인식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장을 예측하고 선도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발정신이며, 이를 통해 국내 및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는 팹리스 업체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홍순양 토마토LSI 부사장 justin@tomatol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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