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생각이 맞을까, 네그로폰테 생각이 맞을까. 흥미진진하다. IT업계 거물인 두 사람은 휴대폰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은 휴대폰이 만능이며, 모든 디지털기기의 핵심(허브)이라고 한다(이기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휴대폰은 이제 그만 복잡해지고 오히려 단순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네그로폰테).
디지털 전도사로 유명한 네그로폰테는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휴대폰이 블랙홀 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단순성을 강조했다. 휴대폰 사용설명서에 대해서도 그는 “업체들이 편리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용설명서는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비판했다.
그의 말만 놓고 보면 디지털 거물이 아니라 ‘디맹(디지털문맹)’인 어느 촌로(村老)가 한 말 같다. 그러나 네그로폰테가 누구인가. 수년 전 이미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을 내놓으면서 전세계에 ‘디지털 충격’을 안겨다 준 인물이 아닌가. 어디 그뿐인가. 그는 멀티미디어라는 개념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미국에 정보화 바람을 불게 한 ‘정보고속도로’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네그로폰테가 휴대폰에 대해 ‘단순해질 것’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도 그는 국내 한 포럼에 참가해 휴대폰의 단순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휴대폰 기능은 계속 다양해지고 고급화하고 있다. 통화 기능을 논하는 건 이미 옛말이 됐다. 카메라, MP3플레이어, TV에 심지어는 건강 기능까지 체크해 준다. 그야말로 만물박사인 셈이다.
휴대폰의 이 같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선봉장에 바로 삼성의 이기태 사장이 서 있다. 삼성의 몇 안 되는 비명문대 출신인 그는 고가·고기능 애니콜로 이미 세계 휴대폰 역사를 다시 써나가고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휴대폰이 모든 정보기기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의 거물’이 ‘세계의 거물’을 ‘제압’한 양상이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디지털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을 함께 불러모아 토론해 보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국제기획부·방은주차장@전자신문,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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