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산업단지 르네상스

국민경제를 풍요롭게 해준 산업단지가 올 들어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기 시작했다. 지난 1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함정에 빠져 있던 한국경제가 마침내 새로운 해법을 산업단지에서 되찾아 낸 것이다. 바로 ‘혁신클러스터’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가능케 한 산업단지를 부흥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야심찬 기지개를 켠 것이다.

 이 같은 새 출발은 ‘산업단지화’된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직시하면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수출의 71%나 차지하고 생산 49%, 고용 37%에 달할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경제개발의 총아였던 산업의 최대 집적지(cluster) 산업단지를 빼놓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조기 진입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는 인식에서다.

 다소 뒤늦었지만 산업단지야말로 수출 증대와 고용 창출, 지역개발의 핵심 거점이라는 재인식이 고조되면서 올해는 산업단지가 혁신클러스터의 주인공으로 복귀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 창원 등 전국의 일곱개 시범단지를 중심으로 혁신클러스터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새봄 대지 위의 새싹처럼 전국 곳곳에서 한국형 혁신의 씨앗들이 발아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 탈바꿈하기 위해 ‘산업단지 르네상스’의 원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렇지만 ‘산업단지화’된 우리 경제이기에 넘어야 할 난관도 만만치 않다.

 국내 주요 산업단지 대부분은 단순 생산공장만이 들어선 ‘공업단지’ 틀을 벗어나지 못해 혁신클러스터로의 전환은 사뭇 어려움이 크다. 조성된 지 30여 년이 지나도록 제때 재정비되지 못한 도로·물류 등 노후화된 인프라도 문제다.

 무엇보다 심각한 난제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블랙홀인 중국의 대국화로 입주기업의 해외이전과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가속될 우려다. 산업단지가 변신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생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렇다고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가 먼 훗날에나 이뤄질 요원한 꿈만은 아니다. 국내 최대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탈바꿈한 옛 구로공단이 좋은 예다. 조성된 지 40년이나 되어 가장 노후화되면서 80년대 들어 쇠락을 거듭하며 공동화를 걱정했었다. 비싼 땅값 때문에 서울 한복판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건 비경제적이란 논리였다.

 그러나 2000년 12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고 첨단화계획을 추진한 지 불과 4년 만에 변신에 성공했다. 초고층 아파트형공장을 짓고 첨단 벤처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오히려 고효율의 고밀도 혁신단지로 부활한 것이다. 한국형 혁신클러스터의 어엿한 모델이 된 셈이다.

 이처럼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화란 주어진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기능을 재편하고 각 단지의 특성과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다만 클러스터의 핵심은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몰려 있듯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산·학·연 모두 혁신역량이 부족하면서도 서로 신뢰 부족을 탓하면서 각자 ‘홀로서기’에 그쳐서다.

 “가족 지향적인 한국은 저(低)신뢰 사회다.”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Trust)’라는 저서에서 신뢰야말로 사회적 자본이며, 신뢰가 구축된 국가만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한국을 지적한 것이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선 서로 상대를 아는 상태에서 ‘짝짓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 최강 반열의 혁신클러스터를 꽃피우려면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커진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cdkim@esand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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