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성에 애니 교류센터 짓자

평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남한 애니메이션업계 관계자들이 남북 합작사업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임금을 내세운 동남아 각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 업계로서는 북한과 합작하면 적잖은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여론이 업계에 형성된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북 교류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가 크게 의존하는 해외 OEM 일감의 경우 국내 기획물과는 달리 제작일정이 촉박하고 품질 준수가 엄격히 요구되나 현 상태로는 북한 측이 이를 맞춰 주기 어렵다. 2D 애니메이션은 원화 및 동화의 작화, 컴퓨터 채색 등의 공정이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과 1일권 이내의 일감 유통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빈번한 인적 접촉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교류 초기의 경제성 있는 남북 합작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남북 애니메이션 교류센터의 설립이 절실하다. 남북 양측의 인력을 이 센터에 상주시켜 제작시설로, 통신 연결 통로로, 인적 접촉의 장으로, 필요시 교육시설 기능을 하도록 한다면 업계가 고대하는 안전하고 신속한 교류기반이 자연스럽게 구축될 것이다. 현재 남북 경제교류의 진행 상황으로 보면 개성에 이 교류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개성에 교류센터를 설립하여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OEM 제작시간이 보장될 것이다. 개성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보다도 일감 전달시간이 빠르고, 운송경비가 저렴해질 것은 자명하다. 서울∼개성 간 1일 2∼3회 오프라인 일감 전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효과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또 전산망을 통한 일감 유통과 긴급 업무 연락도 가능해진다. 개성∼남한 간의 통신은 전산망이든 전화망이든 올해 상반기에는 개통될 것으로 정부는 밝히고 있다.

 둘째, 북한 애니메이터들을 고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게 되지만 남한 감독의 통제를 받으므로 남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로써 동남아 각국과의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도 비교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셋째, 남북 간 합작을 협의할 때나 작품 제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때 평양에 직접 가서 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평양은 자주 갈 수 없는 제약점이 있는 데 비해 개성은 매일 오고갈 수 있으니 긴밀한 협의나 교육이 가능하다. 이러한 효과들이 현실로 나타나야 비로소 남북 합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사그라들고 제작비 또한 저렴해져 우리 업계의 주류를 이루는 OEM 일감 위주의 합작사업이 채산성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북한 측 입장을 살펴보면 개성에 교류센터를 설치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고 예견된다. 북한은 이미 대남 애니메이션 사업을 전담하는 스튜디오를 평양정보센터에 설치하고 필자가 재직중인 기업과 합작에 나서는 등 다른 문화산업과는 달리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전향적인 사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만난 북한 측 대남사업 관계자들 역시 애니메이션 사업의 개성 진출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 다수의 지원센터를 두고 있는 남한의 영화지원기관이나 문화콘텐츠 지원기관, 정부의 입장에서도 우리 업계에 큰 이득이 예상되는 일이니만큼 진지한 검토가 있으리라 믿는다. 애니메이션 교류센터가 설립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이것이 밑거름이 되고 교두보가 되어 다른 남북 문화교류사업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 민족네트워크 대표 4le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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