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은 억울하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 효자 품목으로 성장한 국내 부품·소재 분야가 국민들의 오해로 인해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볼멘소리가 정부와 업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3가지 오해와 실상을 살펴보자.
◇부품·소재는 만성적자 품목다=부품·소재산업은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만성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지난 97년 이후부터 무역수지는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만 해도 무려 16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엄연한 수출 효자산업이다.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에서 이같은 오해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일 무역적자는 산업 국제적 분업 구조 아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도 헤아려야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이 범용 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로 핵심기술을 포함한 모듈화 대응에는 미흡해 국내 자동차부품 전체 매출(30조원)이 세계적 자동차 모듈업체인 델파이 1개사(32조원)에도 못 미치는 등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한·일 FTA는 위기다=지난 90년대 한국 주부들을 사로잡았던 일본산 코끼리 밥솥과 쿠쿠 압력밥솥에 관한 일화다. 98년 당시, 2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던 코끼리 밥솥 수입액은 다변화 해제 후 6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잇따라 밥솥시장 철수는 생산제품 전량을 OEM 납품하던 쿠쿠전자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쿠쿠전자는 공격적인 R&D 투자와 자체브랜드 개발을 단행, 수입 다변화 해제로 인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발아현미밥솥을 전기밥솥 종주국인 일본에 무려 5000대나 수출했다.
쿠쿠 밥솥에 관한 일화는 ‘한·일 FTA는 우리에게 무조건 불리하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한·일 FTA가 체결되면 10% 가량의 관세 인하 효과로 비메모리, 광섬유 등 첨단 품목의 수입 급증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90년대 수입처 다변화 해제시의 경험을 살려 적절한 보완책만 마련하면 FTA가 오히려 국내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부품 국산화율은 악화되고 있다=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제품이 늘어나면서 첨단 분야에서는 오히려 부품 국산화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MP3 플레이어(83%), PDP TV(81.8%), LCD TV(60%) 등이 좋은 예다. 특히 휴대폰 등 IT분야 첨단 제품은 수명주기가 짧아지면서 국산화율 분석도 조사 품목보다는 시기가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LCD 등에서 나타나듯 신제품 출시 직후에는 국산화율이 저조하지만 국산 부품·소재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국산화율은 급상승하는 추세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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