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기자에게 가장 부끄러운 일은 오보(誤報)를 내보냈을 때다. 진실을 알리는 것이 의무인 기자에게 잘못된 보도를 한 것보다 더 큰 과오는 없다.

 개인적으로 이에 못지 않은 부끄러운 일은 독자에게 지적을 받을 때다. 뉴스를 알리겠다고 기사를 작성한 후 단어 또는 문장이 잘못돼 독자에게 혼선을 주거나 기자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독자를 통해 알게 된다면 오보를 내보낸 것 못지 않게 부끄럽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독자에게 지적을 받는 통로가 간편해졌다.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는 e메일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인신공격을 받을 땐 e메일이나 게시판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실감한다. 독자와의 소통으로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 그렇다.

 최근 취재중 몇몇 기업들이 홈페이지에서 고객 게시판을 없앤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의 쓴 소리를 듣겠다는 ‘꾸중 게시판’은 e메일로 하게 했고 사용자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소비자들과 공유하겠다는 ‘사용 후기 게시판’은 아예 사라졌다. 이들 기업은 게시판 운용 방식을 바꾸거나 삭제한 이유를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게시판 목적과 맞지 않는 글이 대부분이어서 운용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근거 없는 소문을 게시판에 퍼뜨려 법정까지 가거나 게시판 문제로 괴로워하는 기업가를 곁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려운 건 ‘쓴 소리’를 감추려는 듯한 모습 때문이다. ‘꾸중 게시판’을 없앤 기업은 자사 직원이나 자사에 대해 칭찬을 남기는 ‘칭찬 게시판’은 그대로 남겨뒀으며 ‘사용 후기 게시판’을 없앤 또 다른 기업은 공모전에서 당선된 사용 후기만큼은 1년이 다 됐지만 내걸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밝히듯 소비자들은 이런 게시판이 없어도 e메일이나 전화 등을 통해 기업을 ‘꾸중’ 하거나 제품을 더 잘 만들어 달라고 ‘사용 후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린 자세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건 기자만의 착각일까.

디지털산업부·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