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삼보빌딩에서 만난 이홍순 삼보컴퓨터 대표(47)는 인터뷰에 앞서 ‘회장’ 대신에 ‘대표’라는 직함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대외적으로도 가급적이면 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할 계획이란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 주력해왔던 이홍순 회장이 삼보컴퓨터 경영 전면에 나서 삼보의 재도약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보가 PC사업을 한 지가 벌써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삼보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국내 PC 역사는 삼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는 그동안 시장 안팎에서 떠돌았던 삼보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개선해 이전의 삼보 명성을 되찾고 새로운 삼보의 역사를 쓰는 원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삼보는 이에 앞서 과거 2년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으며 인원도 슬림화했다. 다소 방만했던 사업 모델도 수익성 위주로 대부분 교통정리한 상황이다.
“구조조정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당분간 딴 데 눈 돌리지 않고 수익성이 높은 핵심사업 위주로 수익 극대화를 실현할 계획입니다. 다만 신성장 동력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 원천이 되는 사업은 조심스럽게 진행할 방침입니다.”
이홍순 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삼보의 최대 성과로 꼽는 노트북PC ‘에버라텍’의 선전 때문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첫 자가 브랜드인 에버라텍은 미주 시장에서 출시 2년 만에 시장 점유율 5위에 오르는 기염을 발휘했다. 12인치 시장에서 전세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30만대를 수출해 삼보의 탄탄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올해는 전략 지역인 유럽과 신규 지역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거점으로 전년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100만대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99만원대의 초저가 노트북PC ‘에버라텍’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브랜드·품질·가격 3박자가 맞아 떨어져서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노트북PC 분야에서 ‘에버라텍’으로 단일 브랜드 정책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숱한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에버라텍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상한 데는 혁신화, 차별화, 가치 극대화를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누구도 적용 못 했던 15인치 노트북PC에 DVD 다이렉트 플레이어와 리모컨을 내장하고 180도 회전 문자 인식이 가능한 태블릿을 선보여 제품의 새로운 컨셉트를 제시했습니다. 또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차별된 마케팅을 시도했습니다. 여기에 같은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면서 가치를 극대화했습니다.”
삼보는 올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격 마케팅의 고삐를 바짝 죌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삼보에 다시 합류한 정철 박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개념의 PC도 준비중이다. 정철 박사는 97년 ‘체인지 업’ 개발과 ‘e머신즈’ 사업을 주도적으로 벌여 삼보의 브랜드 이미지와 주가를 한층 높인 주역이다.
“전세계적으로 PC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지만 올해 노트북PC를 중심으로 연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낙관합니다. 시장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개 시점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경에 홈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 깜짝 놀랄 만한 컨셉트의 PC를 준비중입니다. 올해는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브랜드·가격 모두 삼보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 대표는 “910만대에 달하는 연간 생산능력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타임 투 마켓’ 서비스, 여기에 20년 동안의 노하우가 집약된 기술을 기반으로 ‘PC명가’ 삼보의 위상을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알려 나가겠다”며 변화하는 삼보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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