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을유(乙酉)년은 해방 60년을 맞는 해다. 해방둥이인 45년생들이 환갑의 나이를 맞는 해다.
해방둥이는 태어나자마자 해방을 맞고 6·25전쟁을 치르고 ‘4·19’와 ‘5·16’을 겪었다. 격변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들은 더 없는 고생을 하며 상처를 받았다. 경제부흥의 기치 아래 고생을 고생이라고 느낄 사이도 없이 벌써 환갑을 맞았다. 자신보다는 자식세대의 번영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된 세대가 바로 해방둥이다.
해방둥이는 노동의 신성함을 아는 세대다. 열대 사막에서, 혹은 혹한의 동토에서조차 가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자랑으로 여기는 세대다. 경제대국 12위의 문패를 달기까지 이들 해방둥이는 중심축의 역할을 해왔다. 가발에서 봉제, 봉제에서 섬유, 섬유에서 신발, 신발에서 전자산업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쌓아온 노력은 고스란히 한국경제의 역사 그 자체다.
IT가 한국경제의 핵으로 부상하기 전까지 이들의 발언은 무게를 가졌다. 외환위기(IMF)를 겪으면서 초라한 아버지 세대로 전락하기까지 이들의 권위와 결단은 사회의 축을 뒤바꿀 만큼 힘을 가졌다. 인터넷이 사회를 바꾸고 첨단 통신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맹신하는 사이 해방둥이는 생산성이 없는, 다소 뒤처진 세대로 전락했다. 세대 차이라는 말이 행동을 압박하고 직장에선 조용히 물러나 줄 것을 권고 받는 세대가 되어 버렸다.
지난 몇 년간 해방둥이의 노하우와 연륜을 높이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낡고 후진 것’이라는 선입견 아래 그들이 가꿔온 산업마저 ‘굴뚝산업’이라는 미명으로 비하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한국경제의 본 모습인 것을 잠시 잊었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정보화는 피해 갈 수 없는 대세다. 또 우리나라는 정보화에 가장 앞서 변신해 세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IT정보화는 수단일 뿐이다. 먹고 사는 문제, 근본적인 경제문제(실업 해소)의 단초가 되는 것은 수단을 이용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식물도 동물도 저 혼자 크는 법은 없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성취해 놓은 결과 위에, 또는 주위의 조력으로 빛을 발한다.그간의 노력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성과만을 자랑한다면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다.
디지털산업부·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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