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가 진화한다]모터가 돌아야 경제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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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선시대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것은? 고층빌딩, 자동차, TV… 그리고 모터.

 조선시대와 지금이 다른 것은 바로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생활에 쓰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모터가 있다.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전자제품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 부품이 바로 모터다.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 생활 주변에 돌아가고 있는 모터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눈 앞의 PC만 해도 쿨링 팬은 물론, 하드디스크나 CD롬 등 정보 위치를 찾아내 읽어내는 곳곳에 모터가 있다. 복사기, 프린터 웬 만한 사무기기에 모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다. 쉬는 시간 틈틈이 모터가 뽑아준 자동판매기의 커피를 마시고, 자동문 앞에 서면 모터가 문을 열어준다. 엘리베이터를 위아래로 작동시키는 데다, 로봇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도록 한다.

 퇴근 후 집안에 들어서도 온통 모터다. 세탁기, 청소기, 전자레인지, VCR 등등. 모터로 움직이는 제품의 개수는 세려야 셀 수 없다. 사람으로 따지면 두뇌에서부터 내장, 팔, 다리에 이르기까지 운동을 하는 모든 신체부분의 역할을 모터가 대신한다.

 ◇한국 모터산업의 현주소=국내에서 모터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이다. 당시 성신을 비롯한 소형모터를 생산하는 몇몇 업체들이 설립되기 시작해 90년대 후반부터 기술 종주국이었던 일본을 따라잡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70∼80년대에는 선풍기, 세탁기에 들어가는 소형모터를 일부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지금은 산업 전반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가전은 물론 공장자동화장비, 사무기기에 들어가는 모터에서부터 정보통신기기인 휴대폰에 탑재되는 모터에 이르기까지 국내업체들은 이제 다양한 용도의 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국내 모터 전문업체들은 리니어모터, 초음파 모터 등 신개념의 모터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표준화가 이뤄진 모터는 세계 어떤 모터업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생산 노하우를 쌓기도 했다.

 ◇모터산업 전망=올해 소형모터 세계시장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 중 국내업체는 2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부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98년부터 2004년까지 세계 모터시장은 7% 정도 성장한 반면, 국내 업체들은 9% 이상 성장이 예측되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성장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터업체들은 많게는 직원의 30% 가량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신개념 모터를 끊임없이 개발해 내고 있다. 고정밀, 고출력의 모터 소형화를 위해 국내 연구인력이 뛰고 있는 것.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든 업체들이 다소 많아졌지만 모터업체의 60% 이상이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어 낙관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소량다품종으로 중국업체들과도 경쟁력을 갖춰 국내 모터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어야 할 과제=국내 모터전문 업체들 대부분이 연간 매출 100억원을 넘기기 힘든 영세업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첨단기술을 개발해도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마케팅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해외 마케팅의 경우 공동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아울러 영구자석·구동 IC·홀센서 등 모터의 핵심부품은 여전히 대일의존도가 높은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핵심부품은 기술이 있어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힘들어 의존현상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etnews.co.kr

◆모터 수출 탄탄대로

 국내 모터업체의 수출 규모는 2년 전 이미 내수를 뛰어넘었다. 90년대 표준화 모터를 중심으로 수입대체 바람이 불기 시작해 이제는 수출이 내수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내수는 20% 정도 성장한 데 비해 수출은 30% 가까이 급성장했다.

 일본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데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범용모터와는 달리 다양한 용도의 제품을 제작, 공급할 수 있는 것이 국내 모터업체가 지닌 경쟁력이다. 이러한 장점이 수출에 주력하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 대부분 소량 맞춤형 생산을 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 및 매출처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여세를 몰아 최근에는 모터의 기술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으로 역수출을 진행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모터넷인터내셔날, 에스피지, 세우산전, 제이앤제이 등이 대표주자다. 수출하는 모터의 범위도 기어드모터, 리니어모터, 휴대폰 진동모터 등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신개념 모터를 위한 설계기술은 아직 일본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얼마나 정확하게 설계 의도대로 생산해낼 수 있는가를 말하는 모터 생산기술은 국내업체가 월등하다고 평가한다. 일본 모터업체 또한 OEM이나 ODM 방식으로 동남아시아 등에 외주를 주는 상황이어서 생산기술만큼은 노하우가 쌓인 한국이 낫다는 것이다.

 한 일본업체는 OEM을 의뢰하러 국내업체를 방문했다가 생산현장을 보고, 귀국 즉시 공장장을 파견해 배워가기도 했다.

 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휴대폰 제조기술을 발판으로 소니에릭슨 등 해외 휴대폰업체에 진동모터를 수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휴대폰에 대한 신뢰도가 관련 부품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etnews.co.kr